kt와 한화의 2015 KBO 리그 경기가 1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경기 전 3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고 말소된 뒤 47일만에 1군에 복귀한 한화 최진행이 취재진에 사죄의 인사를 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8.11

"한국 프로야구의 모든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kt와 한화의 2015 KBO 리그 경기가 1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경기 전 3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고 말소된 뒤 47일만에 1군에 복귀한 한화 최진행이 취재진에 사죄의 인사를 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8.11

엄숙한 표정으로 그는 모자를 벗었다. 그리고는 말없이 허리를 깊이 숙였다. 지난 47일간 속죄와 반성의 심정을 담은 사과의 인사였다. 금지약물 복용 파문을 일으킨 한화 이글스 최진행이 돌아왔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를 거듭하며 야구 팬과 동료들에게 용서를 빌었다.

▶47일 만의 1군 깜짝 복귀

최진행은 1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원정경기에 앞서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47일 만이었다. 최진행은 지난 5월에 실시한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인 스타노조롤 성분이 검출되면서 KBO로부터 3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고 지난 6월25일에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바 있다. 징계 해제는 지난 9일이었다. 이후 최진행은 2군 경기에 나서며 경기 감각을 익혔고, 징계 해재 사흘 째인 이날 김성근 감독의 부름을 받고 1군 무대에 나타났다.

이날 1군 합류는 극적으로 이뤄졌다. 원래 김성근 감독은 최진행을 빨리 부를 계획이 없었다. 실전 감각이 크게 떨어져 있었기 때문. 김 감독은 "10일 대전구장에서 훈련하는 것을 봤는데, 타석에서 몹시 서두르더라. 공을 기다렸다 치지 못하는게, 실전 감각이 없어진 증거"라고 말했다. 9일 2군 퓨처스리그 화성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도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그런데 11일 벽제구장에서 열린 경찰청과의 경기에서 타격감이 살아난 듯한 모습을 보였다. 3타수 1안타(1홈런) 2볼넷을 기록했는데, 마지막 5번째 타석에 기록한 안타가 바로 홈런이었다. 김 감독은 "네 번째 타석때까지는 타격감이 좋지 않은 것 같아 부를 계획이 없었다. 그런데 마지막 타석 때 홈런을 쳤다고 해서 일단 (1군에) 와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발로 쓸 계획은 아직 없다. 일단 대타로 조금씩 써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최진행은 이날 벽제구장에서 퓨처스리그 경기를 마친 뒤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수원구장으로 왔다. 퇴근길 교통 체증에 걸리는 바람에 야구장에는 경기 시작 시간인 오후 6시30분이 조금 지나서 도착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현장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고개숙인 최진행의 진심어린 사과

최진행은 취재진을 보자마자 모자를 벗고 인사부터 했다. 취재진을 향했지만, 사실상 자신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실망하고, 분노한 프로야구 팬에게 하는 사과의 인사라고 봐야한다.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깊이 숙였던 최진행은 "일단 한국 프로야구의 팬 여러분과 KBO리그의 동료 선후배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했다.

징계 기간 동안의 마음고생을 반영하듯 최진행의 얼굴은 핼쑥해져 있었다. 그리고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힘겹게 이어가는 최진행의 말 속에는 '진심'이 듬뿍 담겨 있었다. 그는 "징계 기간 동안에 자숙하면서 많은 생각과 반성을 했다. 앞으로 두 번 다시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내 잘못을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했다"고 말을 이었다.

프로야구 선수로서 그간 많은 팬에게 기쁨을 안겨왔던 최진행이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야구로 보답하는 것 뿐이다. 그는 "제가 할 수 있는 건 결국 야구 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루하루 더 겸손하게 땀을 흘리면서 앞으로 끝까지 열심히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깊이 반성하고 있고,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팬들의 비난, 달게 받겠다

최진행이 아무리 진심어린 사과를 했어도 한번 냉랭해진 팬들의 마음이 쉽게 풀릴 리는 없다. 최진행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도 충분히 납득하고 자신이 안고 가겠다는 말을 했다. 그는 "이번 일로 인해 금지약물에 대한 경각심을 크게 깨닫게 됐다. 그런 것에 무지했던 게 이렇게 무서운 결과로 이어질 줄은 미처 몰랐다. 앞으로의 인생에서 계속 부끄러운 일로 남아있을 것 같다"면서 "하지만 내가 잘못을 저질러서 생긴 일이니까 조금이라도 만회할 수 있는 방법만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팬 여러분의 비난도 충분히 이해한다. 이유를 불문하고 드릴 말씀이 없다. 대처라기 보다는 다 내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고개를 숙이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 보여드리겠다"면서 "자숙의 시간 동안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자세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됐다. 일상 생활과 같았던 야구를 하지 못하게 되니 더욱 간절함이 커졌다. 유니폼을 다시 입게된 것만으로도 벅차오르고, 감사한 마음 뿐이다. 이 절실함을 잊지 않고 성실한 모습으로 평생 팬 여러분께 잘못을 사죄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인터뷰 내내 '잘못' '반성' '사죄' 등의 단어를 강조하던 최진행의 송아지 같은 눈망울은 어느새 부옇게 젖어있었다. 그의 반성과 사과는 순도 100%짜리였다.

수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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