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대구 여대생 의문사’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대구고법 이범균(51·사법연수원 21기)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부패전담 재판부를 이끌면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많이 맡았던 판사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시절이던 지난해 1월 간첩 혐의로 기소된 유우성(34)씨에게 무죄를 선고, 민변과 좌파 단체들의 환영을 받았다. 또 저축은행 측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석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이화영 전 통합민주당 의원에게 지난해 12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무죄를 선고했을 때도 야당의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대선 댓글’ 사건과 댓글 사건 수사 무마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경찰청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야당 등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아야 했다. 원 전 원장의 대선 댓글 사건 1심 선고 당시 이 부장판사는 "오로지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것만 보고 선고하는 것"이라며 "헌법과 법률에 따라, 법관으로서의 양심에 따라 공정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한 후배 판사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심사를 목전에 두고 사심(私心) 가득한 판결“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서울 출신인 이 부장판사는 서울대 법대를 나와 대법원 재판연구관, 수원지법 여주지원장 등을 지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시절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일선 법원에서 재판 업무만을 담당해 왔다. 2005년 재판연구관 시절엔 당시 대법관이었던 양승태 대법원장의 전속 연구관을 지낸 바 있다.

수원지법 여주지원장 재임 때인 2010년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성폭행을 저지르는 등 극도로 잔인하고 비열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이례적으로 사형을 선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