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의 한 중학교 교사는 2013년 2학년 여학생 A양을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손을 잡고, 학교에서는 A양에게 수행 평가 성적을 컴퓨터에 입력하게 한 후 A양의 이마에 뽀뽀했다. 또 A양에게 '뽀뽀하고 싶다'는 문자를 여러 차례 보내고, "시험에서 85점 이하를 받으면 선생님 소원을 들어달라. 내 소원은 너와 연애하는 것이다"라고 휴대전화 문자를 보낸 사실이 학교 조사에서 적발됐다.

◇교사 성범죄 피해자 40%가 같은 학교 제자

서울의 A공립 고교에서 남교사들이 여학생과 동료 여교사를 상습적으로 성희롱하고 성추행한 사태가 드러나면서,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성범죄의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회 민현주 의원(새누리당)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성범죄 관련 비위 교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 6월까지 총 299명의 교사들이 성범죄를 저질러 징계를 받았다.

6일 오전 시민 단체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 연합’ 회원들이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역 A고교와 관련해 “관련자를 철저히 수사해 일벌백계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성범죄 교사는 2009년 29명에서 2011년 42명, 2013년 55명으로 증가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35명이 적발됐다. 교내 성범죄 사건을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처리해야 할 교장과 교감(장학사 포함)도 41명이나 포함됐다. 특히 이 가운데 136명은 자기들이 가르쳐야 할 아동·청소년들을 성희롱하거나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기간 정부 통계에 잡힌 교사 성범죄 피해자는 총 302명에 달한다. 가해 교사와 같은 학교 학생이 120명(40%)으로 가장 많고, 같은 학교 동료 교사가 59명(20%)으로 둘째를 차지했다. 성범죄 교사 대다수가 어린 제자들이나 함께 일하는 동료 여교사에게 몹쓸 짓을 한 셈이다. 성범죄 전문가들은 "성범죄가 가장 드러나지 않는 범죄임을 감안하면, 교사에 의한 성범죄 피해는 더 클 것"이라고 말한다.

교사들의 성범죄는 학교 구석구석에서 발생했다. 2012년 한 고교 B교사는 심폐소생술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여학생 둘을 음악실로 불러 자기에게 심폐소생술 시범을 보여달라고 했다. B교사는 학생들이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고 심폐소생술 시범을 보이자, 갑자기 학생의 손을 잡았다. 학생들의 시범이 끝난 뒤에는 "홍콩 간다"(성행위를 이르는 비속어)는 말을 반복해 학생들은 성적 수치심을 느낀 것으로 학교 조사에서 드러났다.

◇"여교사 담임으로 바꿔달라"

이같이 심각한 교내 성범죄 실태가 드러나자 학부모들은 "불안해서 학교에 못 보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나모씨는 "요즘이 어느 시대인데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그런 성희롱과 성추행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학교 밖도 성범죄가 들끓고, 학교 안에서 교사들까지 이러니, 딸 가진 부모로서 누굴 믿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 딸을 둔 김미은(49)씨는 "서울 고교 성추행 사건 뉴스를 본 다음부터 딸에게 계속 '너희 학교에는 그런 일 없느냐'고 묻고 있다"며 "딸 아이는 '그런 일 없다'고 하지만 불안하다"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는 학교에 "여교사를 담임으로 해달라"고 요구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교내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조사와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권익연구센터장은 "현재 교내 성범죄가 발생하면 학교 스스로 위원회를 꾸려 자체 조사해 처리하도록 하는데, 이런 절차가 전혀 작동을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범죄 교사에 대한 처벌도 미온적이었다. 지난 6년간 성범죄로 징계받은 교사 299명 가운데 139명(46.5%)은 정직 이하 징계를 받아 여전히 교단에 남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사들의 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일반인보다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 한 고교 교장은 "과거처럼 제자가 귀엽다고 머리를 쓰다듬거나 농담을 하는 것도 학생 입장에서는 성희롱이나 성추행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아직 모르는 교사들이 많다"며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높아져 가는데, 학교가 그 변화를 못 따라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