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의 장본인, 심학봉 의원.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은 보수에서 나왔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두번 다시 야당 후보로 나와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여성 후보에게도 (진 주제에)” 라 말을 하려다가 반만 하고 만다.

여성 대통령이 나왔다고 해서 한국 여성의 삶이 더 좋아졌다고 체감하기는 힘들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까지 됐지만, 여전히 ‘흑인 표적 범죄’가 벌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깨질 수 없는 벽이 하나 깨지는 것은 중요하다. 벽이 선이 되면, 가득찬 물컵에 물 한방울이 떨어지는 효과가 생겨난다. ‘국면’이 바뀌는 것이다.

그러나 심학봉 새누리당 의원의 성추행 추문을 대하는 새누리당의 태도를 보면 ‘여성 대통령’이 나오는 것과 보수당의 여성에 대한 철학은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겠다.

강간 당했다던 피해 여성이 “관계를 가진 후 열흘간 연락이 없어서 성폭행이라 생각했다”라고 아주 ‘프로페셔널’하게 말을 바꿔, 경찰도 애를 먹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제 성폭행은 ‘친고죄’가 아니다. 경찰이 인지하면 수사를 해야하는 사안이다. 심학봉 의원이 관계를 가진 후 여성에게 ‘30만원’을 줬다는데 양쪽의 통장을 뒤져 추가로 ‘회유’나 ‘매수’가 있었는지 적극적으로 수사해야 한다. 그 추악한 사건이 강간인가, 화간인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

‘국회’에 던져진 숙제다. 심학봉 의원에 대한 ‘윤리’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자신이 속한 국회 상임위인 방통위내 주파수 소위에서 ‘황금 주파수’를 두고 심의가 있는 날, 그는 낮술 먹고 호텔에서 여성과 성관계를 가졌다. “국회의원은 다 그런 식인가?” 의문이 생길 만 하다. 다른 국회의원의 명예까지 걸린 일이다.

문제는 동료의원들이다. 새누리당은 당 차원에서 사과를 하면서도 후속 조치는 말하지 않고 있다. ‘개인 탈당’ 정도로 슬쩍 넘어가려는 거다. 이건 ‘탈당’이 아니라 ‘출당’을 논의해야 하는 사안이다.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을 한 강용석 의원 때 보다도 ‘대응’이 약하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니,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여성의원이 4일 심의원을 국회 윤리심판위에 제소했다. 정치공세의 측면도 있겠지만 충분히 그럴 만하다. 다만 여야를 불문하고, 남성 의원들이 나섰다면 좀 더 ‘선진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의문 하나. 새누리당 여성의원들은 대체 지금 뭐하고 있는가? 그들이 어떤 ‘코멘트’를 했다는 얘길 전혀 듣지 못했다. 새누리당 최고위에는 떡 하니 다선 의원이 앉아 매일 아침 회의를 하고, 4일 고용복지수석에 새누리 비례대표 여성의원이 발탁됐다. 새누리에는 쟁쟁한 여성의원이 20명이다.

물론 ‘새누리당’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숫적으로 열세인데다, 보수적인 당 문화에서 섣불리 ‘입방아’ 찧어서는 공연히 ‘찍힌다’는 두려움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엿한 국회의원이다. 새누리 여성의원들은 지금 입 다물고 있는 것을 부끄러워 해야 한다.

‘여성 대통령’은 새누리당이 만든 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 ‘개인의 성취’ 라는 게 맞는 말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