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중국 충칭(重慶) 한복판 인민해방기념비(碑) 광장에서 열린 '한·중 청년 자전거 대장정' 출정식은 70년 전 광복과 항일(抗日) 승전을 기리고 한·중 양국의 우호를 염원하는 화합의 장(場)이었다. 한·중 청년 20명으로 구성된 자전거 원정대는 양국 주요 인사, 한국 교민, 충칭 시민들과 하나가 돼 '광복의 루트'를 향해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1945년 8월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중국 정부가 함께 기쁨을 나눴던 바로 그 자리에 태극기와 오성홍기(五星紅旗)가 나란히 내걸렸다.
행사가 시작된 오전 10시에 이미 체감기온은 40도에 육박했지만, 참석자 수백 명은 장도(壯途)에 오르는 대장정팀을 응원했다. 지나가던 충칭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손뼉을 쳤다. 충칭 시민 구위(谷雨·20)씨는 "대원들의 열기가 '중국 4대 화로(火爐)'라는 충칭 날씨보다 더 뜨거운 것 같다. 중국과 한국의 우정이 더 깊어지는 게 실감 난다"고 했다.
수십대 1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원정대원들이 한 명씩 무대에 오르자 참석자들은 박수를 보내며 "젊음과 패기로 상하이(上海)까지 힘차게 달려라"고 격려했다. 내·외빈은 대원들의 자전거에 '답상여도(踏上旅途) 평안상화(平安祥和)'가 적힌 붉은 리본을 묶어줬다. "먼 길 떠나는 이들에게 '여정의 발걸음이 평안하고 행복하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하는 중국의 전통 풍습"이라고 이번 행사의 중국 측 미디어 파트너인 중국청년보(靑年報)는 전했다. 충칭시 당국자는 축사에서 "중국과 한국이 함께했던 지난 고난의 세월을 기억하면 오늘의 이러한 평화와 협력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자전거 대원 중 최연소인 김주희(19) 대원과 중국 측을 대표하는 루헝(陸恒·25) 대원은 선서에서 "단원들은 애국선열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며 양국 우호와 우정의 정신으로 서로를 존중하며 완주하겠다"고 했다. 행사를 지켜본 충칭 유뎬(郵電)대 재학생 최윤영(25)씨는 "서울~부산을 세 번 왕복하고도 남는 거리를 두 바퀴로 간다니 정말 대단하다"며 "다음에 이런 기회가 있으면 꼭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표 록밴드 '크라잉넛'과 아이돌 그룹 '24K'의 축하 공연이 이어지자 인민해방비 광장은 축제 무대로 변했다. 충칭 한인회 김연석(57) 회장은 "16년 전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이런 행사는 상상도 못 했다. 시내 한복판에서 태극기를 보니 감개가 무량하다"고 했다. 또 "한국과 중국 간에 이런 의미 있는 노력이 쌓이면 남북통일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도 했다. 지난해까지 1000여 명 수준이었던 한국 교민은 충칭이 서부 개발의 중요 거점 역할을 하면서 올해 5000여 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1시간가량 출정식과 축하 공연이 끝나고 출발 신호와 함께 33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대원들과 중국 시민 50여 명은 함성을 지르며 함께 자전거를 타고 광장을 가로질러 나갔다. 샤오펑산(20)씨는 "사방이 가파른 언덕인 충칭에는 자전거 인구가 거의 없는데, 오늘 행렬은 충칭에서 본 가장 규모가 큰 자전거 부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