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성 성폭행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새누리당 심학봉〈사진〉 의원이 3일 탈당을 발표했다. 의혹이 제기된 지 사흘 만이다. 여론 악화를 고려해 당 차원에서 탈당 권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까지만 해도 새누리당 황진하 사무총장은 "해당 의원이 결백을 주장해, 일단은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이장우 대변인도 "(성폭행을) 속단해서는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하루 만에 180도 바뀌었다. 황 사무총장은 이날 "이번 사건과 관련 누구도 성역이 될 수 없다"고 했고, 신의진 대변인은 "도덕적으로 납득할 수준의 해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는 "이러다 또 '성(性)누리당'이란 오명을 뒤집어쓴다"는 여권 수뇌부 판단 때문으로 알려졌다. 전직 대표의 골프장 캐디 성추행 사건과 소속 의원의 제수 성추행 사건 등이 겹치면서 온라인에선 새누리당을 '성누리당'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특히 노동 개혁, 국정원 해킹 논란 등으로 정치적 전선이 확대된 상황에서, '성폭행 논란'으로 더 이상 힘을 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당 지도부에서 '빨리 (탈당) 결론을 내려달라'고 지난 주말 심 의원 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여당에 "확실하게 결론을 내리라"고 했다고 한다. 당내 소장파인 한 의원은 "심 의원 측에 '이대론 버틸 수 없다'고 했더니, 오늘(3일) 오전에 '탈당하겠다'는 메시지가 왔다"고 했다. 억울함을 호소했던 심 의원은 결국 이날 오후 탈당 의사를 밝혔다.
심 의원은 경북 포항 출신이지만 2012년 구미갑 지역에서 당선됐다. 구미전자공고를 졸업한 뒤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기술고시에 합격해 기술 관료의 길을 걷다가 정치로 들어섰다.
정치권에선 새누리당이 이번에도 '자진 탈당' 형식으로 조기에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것으로 봤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문제가 생기면 일단 탈당시킨 뒤 의혹이 해소되거나 파문이 잦아들면 복당시키는 방식을 자주 써 왔다.
지난 2012년 공천 헌금 의혹이 터졌을 때 현영희·현기환 전 의원을 곧바로 탈당시켰다. 이듬해 현기환 전 의원은 무혐의 처분을 받은 후 복당했다. 논문 표절 논란이 일었던 문대성 의원도 압박 끝에 탈당시켰다가 지난해 복당됐다. 지난 대선 직전 홍사덕 전 의원의 금품 수수 의혹이 제기되자 홍 전 의원도 즉시 탈당했다. 지난해 7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는 공천 헌금 의혹을 받고 있던 유승우 의원을 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돈을 직접 받은 유 의원 부인만 재판에 넘겼다. 유 의원은 현재 복당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새누리당의 조치에 새정치연합 여성 의원 25명은 이날 국회에서 "심 의원은 탈당으로 면피할 게 아니라 당장 의원직을 사퇴하라"며 "심 의원을 (내일) 국회 윤리위에 제소할 것"이라고 했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2003년 이후 19건의 새누리당 성추행 의혹 일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야당에선 "새누리당이 생각보다 빨리 대응했다"며 "정치적 확전(擴戰)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일부 야당 의원은 "야당에서 각종 비리 문제로 재판에 계류 중인 의원이 한둘이 아니지만 누구도 거취를 정리하지 않고 있다"면서 "국민들이 보면 '여당은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는 시늉이라도 하는데 야당은 뭐하느냐'는 말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