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을 둘러싼 롯데 일가의 진흙탕 싸움에서 가장 재미를 본 곳은 공영방송 KBS이다.
KBS 9시 뉴스는 지난달 30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단독 인터뷰를 보도한 데 이어, 이튿날인 31일에는 톱뉴스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이 제공한 '회장 임명'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단독 입수해 공개했다. 이 문서는 "7월 17일 자로 장남을 한국 롯데그룹 회장으로 임명한다. 차남을 후계자로 승인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KBS는 이 문서를 공개하면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자필 서명과 직인이 찍혀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서명과 직인이 신 총괄회장의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검증하지 않았다. 롯데그룹 임원들은 수십년 동안 그가 서명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냥 구두로 지시를 하거나, 필요하면 도장을 찍는다는 것이다. 롯데그룹 측은 "KBS가 이런 사실에 대해 확인해 온 적이 없다"고 밝혔다.
직인도 마찬가지이다. 일반적으로 직인은 큰 원형이거나 사각으로 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문서에 나온 도장은 작은 타원형이다. 한번쯤 의심해볼 만한데, KBS는 그냥 '직인'이라고 보도했다. 특종 욕심에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보도를 내보낸 것이다.
이런 취재상의 실수뿐만 아니라 KBS가 보도한 신 총괄회장의 육성 파일이나 동영상, 신동주 전 부회장 인터뷰 등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보도 내용이 모두 한쪽에서 흘린 것이어서 "경영권 분쟁에 KBS가 이용당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KBS 측은 이에 대해 "사태 초기부터 신동빈 회장 측에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성사되지 못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런 해명이 일방적 주장 보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KBS는 "독과점적 성향을 가진 지상파 뉴스는 쟁점 사안에서 일방의 의견을 제시해선 안 된다"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바로잡습니다]
8월 3일자 A2면 '眞僞 불분명한 일방적 폭로…' 기사 중 'KBS가 보도한 문건에 나온 신격호 총괄회장의 직인이 타원형'이라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므로 바로잡습니다. KBS는 롯데그룹을 상대로 문서 검증을 거쳤고, 반론을 반영해 보도의 객관성을 지켰다고 밝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