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산울림과 시나위를 이을 록밴드가 있다. 운석(隕石)처럼 어느 날 뚝 떨어진 이들은 라이브에서 여전히 불타는 유성(流星)처럼 뜨겁다. 주먹만 한 음악을 바위만 하게 연주하고 그 라이브를 절벽처럼 키우는 것이 이 사계절 검정 옷의 사내들, 갤럭시 익스프레스다.

2007년 첫 앨범을 내며 지구에 불시착한 이 우주행 급행열차(Galaxy Express)는 시동을 끄지 않고 8년간 굉음을 연주해왔다. 6일 새로 내놓을 네 번째 앨범 'Walking On Empty'를 들어보니 굉음은 그대로인데 쇳소리가 좀 다른 게 엔진오일을 고급으로 바꾼 것 같다. 이들이 무대에서 아크로바트에 가까운 목말을 타고 웃통을 벗어젖히거나 점프를 할 때마다 '저러다 대기권 밖으로 튕겨나가는 게 아닐까' 했던 팬들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들을 지난 31일 서울 서교동에서 만났다.

3년 만의 새 앨범에서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사운드에 연마제를 첨가해 이전보다 세련되게 광택을 냈다. 왼쪽부터 김희권 박종현 이주현.

이주현(37·베이스) 박종현(33·기타) 김희권(33·드럼)으로 이뤄진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음악은 '도대체 무슨 악기가 더 필요한가' 호령하듯 밀도 높게 장쾌하다. 첫 곡 '날 내버려둬'만 해도 6조 우선(右旋) 총열을 고속 회전해 격발된 듯한 기타를 베이스와 드럼이 바짝 추격하며 곡의 시종(始終)을 쾌속으로 끌고 간다. 박종현은 이 곡을 "시원하고 경쾌한 현대판 라몬스(Ramones)"라고 했다.

"떠나가버린/ 시간 속에서/ 사라져버린/ 나를 찾지 마" 하는 이 노래 가사는 2013년 대마초 흡입 사건으로 이주현·박종현이 집행유예형을 받은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구속까지 됐다가 풀려난 이주현은 동료 뮤지션들이 열어준 이른바 '갤럭시 갱생대회'에서 "정말 힘들게 해온 음악을 한순간에 망치게 된 것이 너무 한심하고 분했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두 번째 곡 '시간은 간다'는 갤럭시가 한층 성숙한 밴드가 됐음을 암시한다. 2집 수록곡 '지나고 나면 언제나 좋았어'의 후속작으로 들리는 이 곡은, 그보다 훨씬 세련되고 부드러운 록 발라드다. 베이스가 한 음을 계속 단조롭게 울리다가 기타 솔로로 마무리되는 곡 후반은 최근 몇 년 새 발표된 록 넘버 중 미학적으로 가장 아름답다.

"우리 음악에 확신을 갖게 된 시점에서 한순간에 모든 게 허망하게 무너졌어요.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지만 시간은 여지없이 흘러갔고 정신 차려 보니 다시 음악을 만들고 있었죠. 그래서 제일 잘할 수 있는 걸 다시 하기로 했어요." KT&G상상마당의 프로젝트로 초청된 영국 엔지니어 에이드리언 홀이 이들의 녹음을 도왔다. 이들은 "선배들과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만족스러운 사운드를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박자는 벌써/ 나갔지만/ 우리 방식대로 노랠 시작해/…/ 터져버릴 것 같아/ 온몸이 불타올라" 하는 노래 '불타올라'는 자칫 치명적일 수 있었던 실수를 성장통(成長痛)으로 딛고 일어선 밴드의 한판 굿처럼 들린다. 팬으로서는 굿에 맞춰 작두라도 타고 싶은 심정이다. 언제 우주로 떠날지 모르는 이들을 지구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