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30일 경쟁적으로 '청년 일자리'를 강조했다. 하반기 최대 정치 쟁점이 될 '노동개혁'이 20~30대 일자리 문제와 연계될 가능성이 크고, 내년 총선 '표(票)'에도 영향을 준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9일(현지 시각) 뉴욕 컬럼비아대 특별강연에서 노동개혁을 통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컬럼비아대 재학생들이 주로 참석한 강연에서 "청년 세대의 분노와 좌절은 '일자리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전 세계 리더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일자리 창출"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이어 "노동시장이 유연한 미국과 달리 한국의 노동시장은 매우 경직돼 있는데, 이 때문에 청년 일자리 창출이 힘들고 많은 청년이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며 "나와 새누리당은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를 위한 개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9일(현지 시각) 뉴욕 컬럼비아 대학에서 특별강연을 마친 뒤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데 여권의 취약층인 20~30대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장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기성세대의 고통 분담으로 청년 고용을 이끌어 내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화와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청년 세대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 당직자는 "청년 실업 해결의 물꼬를 트면 취약층인 20~30대에게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노동개혁이 경제 문제이면서 정치 문제라는 점을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새정치연합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 상태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서울 동작구 고려직업학교의 호텔식음료학부 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문 대표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청년 일자리 대책과 관련, "정부가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내놨는데 대단히 미흡하다. 청년 실업 문제는 국가 재난 수준"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정부가 만들겠다는 청년 일자리 20만개 중 7만5000개 정도만 정규직이고 나머지는 시간제 또는 인턴이어서 땜질식 처방밖에 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더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전날에도 "20만개 일자리 모두를 정규직으로 채워줘야 한다"고 했다. 노동개혁에 대해 문 대표는 "노동자들의 고통 분담과 함께 정부와 경제계에서도 고통을 분담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절차 면에서 사회적 대타협의 형태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30일 서울 동작구 고려직업학교의 호텔식음료학부 학생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문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정부가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더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했다.

야당은 여권이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명분으로 청년 실업을 내세우자, 이를 야권의 주요 지지층인 20~ 30대를 여권으로 견인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여당의 주요 지지층이었던 중장년층을 흔드는 전술도 구사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김기준 의원은 당 회의에서 "정부가 청년고용정책 실패를 중장년 탓으로 돌리려 한다"며 "세대 갈등을 조장하는 '두 국민 정책'이다. 사악한 정권"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자신들이 정규직과 대기업 노조 중심의 양대 노총 편에 설 경우 20~30대와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해 당사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완충 지대를 둬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야당 관계자는 "청년 실업은 경직된 노동시장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 실패 때문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