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죽도(竹島) 인근 어장에서의 어업권 문제를 둘러싼 충남 홍성군과 태안군의 다툼이 5년만에 끝났다. 헌법재판소는 국가기본도상의 해상경계선을 인정하던 선례와 달리, 서해 천수만 가운데에 새로운 경계선을 그어 두 지방자치단체에 바다를 나눠줬다.
헌재는 30일 홍성군이 “죽도 인근 어장에 대한 홍성군의 관할권을 인정해달라”며 태안군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에 대해 재판관 6(찬성)대 3(반대) 의견으로 “양쪽 해안선의 중간 지점을 해상경계선으로 정하는 ‘등거리 중간선’ 원칙에 따라 새로 해상경계선을 정한다”고 결정했다.
죽도는 서해 천수만 가운데에 놓인 섬이다. 태안군은 죽도가 있는 서해 천수만의 동쪽을, 홍성군은 서쪽을 관장해왔다. 충남 서산군 안면읍에 속했던 죽도는 1989년 서산군이 시(市)로 분리되고 태안군이 신설되면서 홍성군 서부면으로 편입됐다.
경계가 명확한 육지와 달리 죽도 인근 바다는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분쟁이 시작됐다. 홍성군은 죽도 주변 바다가 홍성군 관할이라며 2010년 5월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냈고, 이듬에 4월에는 “죽도 위쪽 상펄어장 일부도 홍성군 관할이니 태안군이 태안 어민들에게 내준 상펄어장 양식장 면허와 어업면허 등을 취소해달라”고 주장했다.
심판의 핵심 쟁점은 죽도 인근 바다에 해상경계선이 있는가와 바다에 관할권이 있는가였다. 홍성군은 “국토지리정보원이 작성한 국가기본도상 경계선을 기준으로 죽도 인근에 대한 해상경계선을 정할 수 있다”며 “죽도 인근 일부 바다는 홍성군 관할”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태안군은 “해상 경계는 단순히 지도상의 선으로 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고, 지자체가 바다에 대해 관할권을 행사할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헌재는 2011년 4월 첫 공개변론을 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올해 3월 주심 재판관인 서기석 재판관은 직접 어업지도선을 타고 현장검증에 나섰으며, 4월엔 다시 공개변론을 열었다.
오랜 공방 끝에 헌재는 “지금까지 행정구역 경계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형평의 원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공평하게 해상경계선을 획정하겠다”고 결론내렸다. 바다 위 경계를 명확히 한 적이 없으므로, 헌재가 등거리 중간선 원칙에 따라 경계선을 정해준 것이다. 다만 강일원·조용호 재판관은 “등거리 중간선 원칙이라는 획일적인 척도로 해상경계선을 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대 의견을 냈고, 이진성 재판관은 “바다에는 지자체의 권한이 없기 때문에 헌재가 경계를 창설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