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작 前 한양대 석좌교수

1987년 6월 군사독재 정권에 항거하여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고, 여섯 번 대통령을 직접 뽑았다. 일곱 번째 대통령이 오늘부터 866째 날 선출된다. 여섯 번의 시행착오를 거쳤으니 일곱 번째 대통령은 더욱 훌륭하기를 기대해 본다.

조선닷컴에서는 '질문 있는데요?'라고 대권 주자들에게 묻는 기획기사를 시작해 독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우리는 과연 어떤 대통령을 원하는가. 새정치 대통령? 로빈 후드 대통령? 일자리와 경제 대통령? 서민 대통령? 부자 대통령? 개혁 대통령? 통일 대통령? 참신한 대통령? 경륜의 대통령? 진보적 대통령? 보수적 대통령? 간단치 않다.

그러면 어떤 대통령을 원하지 않는가 생각해 보자. 우선 대한민국을 북한에 가져다 바칠 대통령을 가장 확실하게 원치 않을 것 같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우리 국민의 북한에 대한 두려움이 드러났다. 다른 대선 때와 달리 투표장을 닫을 무렵 60·70대 노인들이 투표장을 꽉 메우고, 투표장 닫는 시각인 6시가 한참 지나서 투표를 마쳤다. 북한 정권에 우호적일 수 있는 좌파 성향 젊은이들의 허(虛)를 찌르고 노인들이 오후 늦게 투표장에 가서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한 것이었다. 북한의 지속적인 위협과 그에 장단을 맞추는 친북·종북 세력의 득세가 두려웠던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가장 큰 공헌은 이석기 전 의원을 처벌하고, 통합진보당을 해산하고, 북한에 대한 원칙을 지킨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월호 구조 작업과 사후 처리, 청와대 문서 유출, 성완종 메모, 미숙하기 짝이 없는 메르스 사태 대처, 유승민 원내대표 퇴출, 연속되는 인사와 소통 논란, 정치권과의 충돌, 악화되는 경제 등 계속되는 악재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30% 이상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을 확고하게 북한으로부터 지키기 때문이다.

사람을 가장 확실하게 움직이는 것은 공포다. 예수님은 천당과 지옥 사이에서, 모하메드는 코란과 칼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한다. 차기 대선에서 '대한민국이냐, 김정은이냐'의 선택을 요구한다면 무자비한 김정은에 대한 공포가 유권자를 가장 확실하게 움직일 것이다. 대통령이 대한민국 지키기 외에 아무런 약속을 안 해도, 아무것도 안 해도 국민은 지지할 것이다. 국방과 안보를 약화시킬 것 같은 대권 주자는 배제될 것이라는 말이다.

다음으로 부정부패를 저지를 대통령을 원하지 않는다.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선출된 모든 대통령이 부정부패 스캔들에 예외 없이 연루되었다. 300만호 아파트를 지어 대한민국을 한 단계 끌어올린 대통령, 군사독재의 잔재를 확실하게 척결한 문민 대통령, 폐쇄적인 대한민국의 문호를 개방하여 10대 경제 대국의 바탕을 깐 대통령, 참신한 서민 출신 대통령, 기업인 출신 부자 대통령 등 모두가 본인이나 측근들이 부정한 돈으로 대한민국 얼굴에 흙칠을 하였다. 정치인의 청렴 약속은 도대체 믿을 수가 없다.

머리가 나쁜 대통령도 원하지 않는다. 로켓 과학자가 될 정도로 머리가 좋을 필요는 없겠지만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며 유권자를 설득한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IMF 구제금융이라는 나락으로 보냈다. 햇볕정책으로 전 세계를 설득하고 노벨평화상을 받은 머리 좋은 대통령도 지나고 보니 북한에 속았다. 머리가 나빠도, 좋아도 문제다. 머리가 대통령 선출의 기준이 될 수는 없겠다.

세금을 올리는 대통령을 국민은 가장 싫어한다. 이는 역사가 증명한다. '증세 없는 복지'를 약속한 대통령은 담뱃세를 올리고 연말정산 환급액을 줄이고, 법인세 증세 않겠다는 약속에도 비과세 혜택을 줄여 대기업 증세를 하겠다고 한다. 세금 올리지 않겠다는 말은 항상 거짓말이 된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살리기보다는 '경제민주화'라는 미명(美名) 아래 자유경제체제를 무너뜨리고, '증세 아닌 증세'에 의한 복지는 날로 늘어난다. 그것도 보수 우파 정권 아래서.

청렴 공약, 경제와 일자리 약속, 우수한 두뇌, 참신한 서민, 무증세(無增稅) 공약 등 어떤 이미지와 공약도 믿을 수 없다.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을 최소화시켜야 정신 건강에 좋을 것이다.

대한민국 하늘에 인민공화국 깃발이 휘날리게 하지 않고, 종북 세력이 활개치고 다닐 수 없고, 백령도·연평도·NLL을 지키고, 북핵에 단호하고, 북한에 돈 주고 위장된 평화를 사는 일을 하지 않고, 국방과 안보를 지켜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 이상을 대통령에게 기대한다면 또 실망할 것이다. 대한민국을 북한에서 지키기는 확실하게 잘할 최소화된 대통령이 2017년에 선출될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