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기업 미쓰비시(三菱) 머티리얼이 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 노역한 중국인에 대해 사과하고 보상하기로 했다고 중국 신화통신과 일본 교도통신이 24일 보도했다. 일본 기업의 중국인 징용 피해자에 대한 사과·보상 결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쓰비시는 19일 미군 포로의 강제노역을 사과한 데 이어 중국에 대해서도 고개를 숙인 것이다. 이 회사는 영국·호주·네덜란드 등의 징용 피해자에게도 사과할 계획이다. 그러나 한국인 강제노역 피해자에 대해선 "법적인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쓰비시는 강제 노동했던 중국인 3765명에게 사과하고, 회사가 마련한 기금에서 피해자 1인당 10만위안(약 187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중·일의 이번 합의는 중국인 피해자들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중국 법원에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미쓰비시와 중국 피해자 협상팀은 조만간 베이징에서 만나 최종 화해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다. 중국신문망은 이날 "미쓰비시는 2차 대전 당시 강제노역한 중국인이 3만9000여명이며, 이 중 3765명이 미쓰비시 머티리얼에서 일했고, 3765명 중 720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며 "'통절한 반성'과 '성의 있고 진지한 사과'를 전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쓰비시는 개인 보상금 외에 기념비 건설에 1억엔(약 9억4440만원), 강제 징용자 조사 비용으로 2억엔(약 18억8880만원)을 내기로 했다.

◇중·일 관계 개선의 신호탄?

미쓰비시의 사과·보상에는 '중·일 정상회담 성사'라는 정치적 포석이 깔렸다는 관측도 있다. 중국은 오는 9월 3일 2차대전 승전 70주년 열병식에 아베 일본 총리를 초청했으며, 아베 총리도 취임 후 여러 차례 방중 의사를 밝혔다. 미쓰비시 조치는 중·일 정상의 베이징 회동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왜 한국만 외면할까?

일본이 한국인 피해자를 외면하는 것은 중국과 한국은 각각 교전국과 식민지(당시 일본의 일부였기 때문에 한국인 징용은 합법적 징발이란 주장)로 입장이 다르다는 것, 한국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책임이 소멸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1972년 일본과 국교를 정상화하면서 배상 청구권을 포기했다. 그러나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한국은 청구권 협정 때 돈(경제협력자금 명목)을 받았고 한국인 피해자 일부가 이를 근거로 한국 정부를 통해 일정한 보상을 받았다"며 "그러나 중국은 배상권을 포기하면서 돈을 받지 않았고 피해자 개인도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미쓰비시가 지급하려는 것도 불가피한 행위에 대한 반대급부인 보상금 명목이다. 일본 법원은 지금까지 중국이나 한국을 구분하지 않고 강제노동 피해자의 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배상청구권 포기로 인해 개인 청구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해 왔다. 그러면서도 기업의 자발적 보상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