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논란에도 미 공화당 대선 후보 가운데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69)와 폭스TV, 월스트리트저널 등을 소유한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84). 두 사람은 활동 무대가 뉴욕이고, 공화당 진영의 거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사이는 썩 좋지 못하다. 머독이 평소 트럼프를 허풍쟁이(phony)라고 불러왔을 정도다.
트럼프의 깜짝 돌풍으로 머독과의 악연이 주목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머독이 공화당 내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인 데다, 대선에서 공화당 지지자들이 많이 보는 폭스TV와 월스트리트저널이 공화당 경선의 향배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최대 정적이 공화당 내 다른 주자가 아니라 머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와 머독의 악연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머독이 소유한 뉴욕의 타블로이드신문 뉴욕포스트는 트럼프 사생활에 대한 선정적 보도로 판매 부수를 늘려왔다. 지난 1991년엔 트럼프가 가족과 떠난 겨울 휴양지에서 미모의 모델 말라 메이플스(51·나중에 트럼프와 결혼했다가 이혼)와 밀회를 즐겼다는 불륜 스캔들을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해 역대 최대 판매 부수를 기록했다. 머독이 지난해 세 번째 부인인 웬디 덩(46)과 이혼할 땐 트럼프의 딸인 이반카가 웬디의 편을 들며 머독을 비난했다.
머독의 매체 중 월스트리트저널이 트럼프 공격에 앞장서고 있다. 트럼프가 전쟁포로 출신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 대해 "전쟁 영웅이 아니다"고 비하하는 발언을 하자,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는 공화당의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폭스TV는 머독으로부터 경영권을 보장받은 로저 아일스 회장이 트럼프와 오랜 친분을 유지해온 까닭에 트럼프 공격에 적극적이진 않다. 하지만 폭스TV의 진행자 빌 오라일리는 트럼프의 매케인 비하 발언에 대해 "이보세요 도널드, 이런 방식은 옳지 않아요"라며 충고했다.
머독도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가 주변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는 짓을 도대체 언제 멈출까"란 글을 올렸다. 호주 출신 미국인인 머독은 트럼프의 멕시코 이민자 비하 발언에 대해서도 "이민자들의 범죄율이 미국 출생자보다 낮다"고 공개 반박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