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소위서도 '時效폐지' 형사소송법 개정안 통과
현재 25년인 살인죄 공소시효(公訴時效) 제도가 폐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21일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를 (법무부의) 중점 정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취임 후 첫 현장 행보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긴 살인범 오원춘·박춘풍의 토막 살인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던 경기도 수원시를 찾아 "살인 사건의 공소시효를 전면 폐지하는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도 이날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무부는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개정안이 정부가 제출한 원안대로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낸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사람을 고의로 살해한 범죄로서 법정형에 사형이 규정된 경우'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법사위 전체 회의와 본회의를 거쳐 확정되면 살인·존속살해, 강간살인, 강도살인 등의 공소시효가 폐지된다.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는 참혹하게 살해당한 피해자 유족들의 오랜 염원이었다. 유족들은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가족의 원(寃)이라도 풀어주도록 범인을 꼭 잡아달라"며 공소시효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이를 반영해 일부 국회의원도 여러 차례 살인죄의 공소시효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범인이 일정 기간이 지나도 잡히지 않으면 오히려 그 현실을 그대로 인정해 더 이상 처벌하지 않는 게 사회를 안정적으로 끌고가는 길이라는 논리 혹은 다른 동료 의원들의 무관심 때문이었다.
그동안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살인범에 대한 추적을 중지할 때마다 공소시효 문제가 논란이 됐다. 여성들을 대상으로 10차례 살인 사건이 발생한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소년 5명이 실종된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 이형호(당시 9세)군이 납치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이형호 유괴 살해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3대 미제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들은 2006년 일제히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영구 미제 사건이 됐다. 이 사건들의 영향으로 2007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돼 살인죄 공소시효는 15년에서 25년으로 늘어났다.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되면 형사소송법 개정 전인 2003년 발생해 공소시효가 2018년 만료되는 이른바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의 범인은 죽을 때까지 붙잡힐 수 있다는 불안 속에 살아야 한다. 포천 여중생 사건은 2003년 11월 경기도 포천에서 귀가 중이던 여중생 엄모(당시 15세)양이 실종 96일 만에 끔찍한 모습의 사체로 발견된 사건으로 지금까지 범인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에서 영구 미제로 확정〈본지 11일자 A10면:
〉돼 국민적 공분(公憤)을 불러일으킨 '대구 어린이 황산 테러 사건'을 비롯해 3대 미제 사건 등은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돼 법이 개정되더라도 적용받지 못할 전망이다. 1999년 5월 한 남성이 황산을 뿌려 49일 동안 투병하다가 숨진 김태완(당시 6세)군의 어머니 박정숙(51)씨는 "공소시효 제도는 유족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며 "공소시효가 끝나는 날이 다가올수록 유가족의 입은 바싹바싹 타들어 간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은 이미 살인죄나 반인륜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제도를 폐지했다. 미국에서는 연방법상 법정형이 사형인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폐지했고, 독일에서는 살해 욕구와 같은 비열한 동기로 살인을 저지른 경우 등에 대해 공소시효 제도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우리와 법체계가 비슷한 일본도 2010년에 살인죄·강도살인죄 등 최대 형량이 사형인 12가지 범죄에 대해 25년이던 공소시효를 폐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