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의혹으로 국정원 직원이 야산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다 또다시 근거 없는 괴담(怪談) 수준의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다. 대형 사건·사고 때마다 제기됐다가 근거 없는 괴담으로 결론 내려졌지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반복 재생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자살한 국정원 직원 임모씨의 실종 신고와 발견 시점, 발견된 차량, 유서와 유서 내용에 대한 각종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40대 남성이 연락 두절 5시간 만에 가족이 실종 신고를 하고, 경찰이 곧바로 수색에 나서 2시간 만에 야산에서 ‘신속하게’ 시신이 발견된 점을 들어 타살설이 제기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45살의 정보기관에서 근무하는 가장이 몇 시간 전화가 안 된다고, 소방서에 위치 추적을 한 것은 뭘까? 유서를 써서 차에 놓고 죽은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곳에서 자살했다?”라며 “자살한 게 아니라 타살당한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지난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임씨 ‘타살설’을 제기하는 듯한 글을 올렸다. 이 시장은 “아무리 봐도 유서 같지 않네. 내국인 사찰을 안 했으면 아무 잘못이 없는 데 왜 자살하나요”라며 음모론에 가세했다.
임씨가 ‘문제가 된 자료를 삭제했다’고 유서에 남기자 국정원이 음모론을 일축하면서 “100% 복구가 가능하다”고 해명한 점도 또다른 음모론의 근거가 됐다. 다른 네티즌은 “사이버보안 전문가 임씨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물리적 파괴를 하지 않고 복구가 가능하도록 자료를 삭제한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 국정원이) 자료 조작을 위한 시간 벌기용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정치인들도 음모론에 가세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은 과거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정윤회 문건 사건, 성완종 사건 등을 언급하며 “최근 정치적 사건이 있을 때마다 자살이 있다는 건 납득이 어렵다”고 했다. 이에 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인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과 같은 당 박민식 의원은 “하루라도 빨리 현장검증을 통해 이번 사건을 정리하자”며 야당 주장을 ‘음모론’으로 일축했다.
음모론은 각종 사건·사고 때마다 어김없이 제기되어왔다. 세월호 침몰 때는 국정원 요원이 폭발물을 터뜨려 가라앉혔다는 ‘국정원 침몰 유도설’, 사고 해역 근처에서 훈련 중이던 미국 잠수함과 충돌했다는 ‘잠수함 충돌설’, 북한군 잠수함이 침몰시켰다는 ‘피격설’까지 나왔지만, 검찰 수사 결과 낭설로 확인됐다. 2010년 천안함 폭침 때도 같은 형태로 음모론이 제기됐다. 인양된 천안함 함미(艦尾)에서 어뢰 공격 흔적을 확인하고도 지금까지도 '잠수함 충돌설' '미국 격침설' 등이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검찰 수사망을 피해 도주하다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모그룹 유병언 전 회장이나 지난 4월 검찰 수사 도중 금품수수 정치인 메모를 남기고 자살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 대해서도 타살설이 꾸준히 타살설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