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충청도 남자, 주도면밀하다. 모든 걸 미리 계산하고 들어가는 치밀한 성품이지만 겉으론 어리숙한 척한다. 대중이 뭘 좋아하고, 무엇에 환호하는지 잘 아는 포퓰리스트이면서, 철저한 '사용자 중심주의자'다. 시샘이나 다름없는 갖은 논란에도 이 남자의 '쿡방'이 매회 시청률을 갱신하는 이유다.
밉상스러울 만큼 영악하다. '식당밥'이라는 폄하에도 아랑곳없이 자신이 외식사업가임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매회 "이거 식당 비법인데"라는 말로 시청자들 호기심을 MSG처럼 자극한다. 건강의 적(敵) 설탕을 쏟아붓는 장면이 오히려 보신주의자들을 무장해제시키는 식이다.
그의 진가는 교수법에 있다. "튀김가루를 끓는 물에 넣어서 셋까지 셌을 때 올라오면 170도"라는 식으로 가르친다. 감자 400g을 준비하라는 짐작 불가한 레시피 대신 "당구공만 한 크기의 감자"라고 설명한다. 너스레도 작렬한다. "닭갈비에 야채를 왜 많이 안 넣는지 알아? 비싸니까." 핀잔도 많이 주지만 푸근하게 격려할 줄도 안다. "급하게 손님 오는 거 아니니까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혀." 고수(高手)들 지적처럼 배울 게 전혀 없는 프로도 아니다. 시판 냉동만두 먹음직스럽게 굽는 법, 막 삶아 건져 올린 국수를 빨래하듯 박박 비벼야 하는 이유 등 팁들도 수두룩하다. 전국의 선생님들이 이렇게만 강의하면 교실에서 조는 학생 사라질 거다.
'집밥 백선생'에 대한 시시비비는 이 프로에 대한 기대치에서 비롯된다. 이 프로의 정체가 요리냐, 예능이냐 하는 것! 백종원은 섭섭하겠지만, 이 프로는 당연히 예능이다. 예능에 깊이를 기대하는 건 금물! 그냥 웃기면 된다. 투덜이(김구라), 허당(윤상), 모범생(손호준), 4차원(박정철)이라는 캐릭터가 우연히 설정된 것일까. '요리바보'인 이들이 티격태격하며 어설픈 음식을 완성해 가는 목표는 결국 시청률에 있다. 돈 내고 이 수업 들으라고 하면 수강생이 몇이나 오겠는가.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며 엄마의 손맛을 모르고 자란 이들에게 백종원이 대체 엄마 역할을 해준다"는 어느 음식평론가의 분석엔 동의할 수 없다. 그게 아빠의 손맛이어도 된다는 걸 백종원이 온몸으로 증명하지 않는가? 문제는 인기의 지속성이다. 변덕스러운 대중은 언제나 새로운 콘셉트, 새로운 스토리에 열광한다. 차줌마가 벌써 '구식'으로 느껴지듯. 정치판이든 연예계든 벼락스타들의 뜨고 지는 과정이 늘 그러했다..
★아줌마 기자(김윤덕)의 포인트!
10년 전쯤 '2000원으로 밥상 차리기'라는 요리책이 히트했다. 20대 가난한 자취생이 싼값에 식재료 구해 간단히 밥해먹는 비결을 소개했다. 기성 요리사들은 그걸 따라 하면 음식이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으나 치솟는 인기를 막진 못했다. 따지고 보면 '집밥 백선생'은 '2000원 밥상'의 아저씨 버전이다. 아줌마로선 그저 '생큐'일 뿐이다. 게으른 남편에게 부엌의 매력을 일깨운 점, "나도 한번 해봐?" 의욕을 불어넣어줬다는 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