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은 물고기 누치처럼 알맞게 통통하면서 길쭉하게 생겼다. 산골짜기 집부터 마을 어귀까지 십 리가 넘는다. 이토록 긴 마을 복판으로 미꾸리 같은 개울과 장어 같은 길이 사이좋게 어깨를 잇대고 유유히 흐른다. 개울은 납자루처럼 납작하면서 한층 너른 냇물과 만나 강으로 들어간다.

어느 물에서나 물고기들이 바글거린다. 그래서 입에 초고추장을 넣고 머리부터 물속으로 뛰어들면 그 자리에서 물고기를 한 입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돌아다닌다. 우리 마을 농부들이 가장 한가한 철은 겨울이다. 그러나 정작 이때가 되면 물이 얼고 바람이 매서워서 선뜻 개울로 발을 들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자연히 거의가 한창 바쁜 여름철에 몇 번 겨우 짬을 내서 고기잡이에 나선다. 매운탕 한 뚝배기를 팔팔 끓여 살짝 얼린 막걸리를 곁들여 먹으면 더위가 금세 가신다.

원재길이 사는 원주 산마을 개울에서 볼 수 있는 쏘가리.

우리 마을엔 대충 헤아려도 스무 가지가 넘는 물고기들이 산다. 버들치와 송사리가 무엇보다 흔하고, 퉁가리와 피라미와 가물치, 누치와 납자루와 잉어, 붕어와 꺽지, 수수미꾸리와 미꾸라지와 장어, 모래무지와 쉬리와 메기, 갈겨니와 깔딱메기와 쏘가리가 있다. 빠각빠각 소리를 내서 '빠가사리'로 불리는 동자개도 있고, 산란기 때 수컷이 꾸꾸 하고 울어 '꾸꾸리'로 불리는 동사리도 있다. 동사리는 워낙 굼뜨고 사람한테 붙들려도 가만히 있어 '멍텅구리'라고도 불린다.

마을 사람들이 물고기를 잡는 모습을 보면 저마다 성미가 그대로 드러난다. 급한 사람은 서둘러 잡고 느긋한 사람은 천천히 잡는다. 가장 느긋한 사람부터 차례로 불러내면 먼저 어항을 든 사람이 등장한다. 옛날엔 댓조각이나 싸리를 엮어 만든 통발을 썼으나 유리통한테 밀려 사라졌다. 어항에 넣는 미끼도 된장에서 어묵과 떡밥과 개 사료로 폭이 넓어졌다.

그다음으로 느긋한 사람이 나타나 여뀌 줄기와 잎을 바위에 놓고 돌로 콩콩 찧는다. 이것을 물에 넣어서 풀면 물고기들이 기절해 떠오른다. 뒤이어 족대를 든 이들이 등장한다. 족대로 물고기를 잡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물고기들이 빛살처럼 빠른 수영 선수라는 사실을 깜박했다간 줄곧 고개를 갸웃대다가 미끄러운 바위를 잘못 밟고 넘어져 옷을 흠뻑 적시기 십상이다.

이들을 대놓고 비웃으며 어마어마하게 큰 쇠망치와 쇠막대를 든 사람들이 나타난다. 해머라고 부르는 쇠망치를 억지로 높이 들어 올려선 안 된다. 만세 대신에 비명을 내지르며 해머와 함께 뒤로 벌렁 자빠질 수도 있다. 한 사람이 절반쯤 물에 잠긴 바위를 해머로 힘껏 내리친다. 다른 사람이 쇠막대를 지렛대 삼아 바위를 들썩거린다. 그러면 기절한 물고기들이 물 위로 아랫배를 드러내며 떠오른다.

마침내 누구보다 성미가 급한 무리가 식식대며 나타난다. 여기서부터는 법에 어긋나는 고기잡이다. 이들은 그물을 던지거나 배터리로 전기를 일으키거나 카바이드로 가스를 만들어 물고기를 잡는다. 이런 방법은 물고기 씨를 말리는 데 톡톡히 한몫을 한다. 아베 고보는 소설 '모래의 여자'에서 '벌이 없으면 도망치는 즐거움도 없다'고 말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개울에선가 그물이나 배터리와 카바이드를 들고 살금살금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들에겐 낭만도 없고 멋스러움과 정취도 없다. 어서 빨리 잡고 도망칠 생각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