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의 공용어는 11개나 됩니다. 영어, 아프리칸스어, 줄루어, 소토어, 코사어…. 여러 토착 부족들은 각기 고유의 문화와 언어를 가지고 있고요. 소수 부족이 언어 때문에 소외되지 않도록 정부와 의회 등 공적 영역에서는 영어를 사용합니다.”

노주코 글로리아 밤 주한남아공대사는 “오는 18일 ‘넬슨 만델라의 날’을 맞아 대사관 직원들과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엔(UN)은 인종차별 폐지 운동에 앞장서고 남아공에 민주정부를 수립한 만델라 대통령을 기리기 위해, 그의 생일인 7월 18일을 지난 2009년 ‘국제 넬슨 만델라의 날’로 정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은 아프리카대륙 최남단에 자리를 잡은 나라다. 100년 가까이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고, 1961년 독립과 함께 공화국이 수립됐다.

복잡한 역사만큼이나 사회 구성원도 다양하다. 이주민인 백인은 전체 인구의 15%에 불과하고, 원주민과 혼혈, 인도·파키스탄계 아시아인이 다수를 차지한다. 하지만 흑인은 국적을 박탈당할 정도로 가혹한 인종차별이 자행된 곳이기도 하다.

남아공의 정치와 사회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고(故) 넬슨 만델라(Mandela) 대통령이다.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와 맞서 싸운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고, 1994년 흑인이 참여한 사상 첫 민주선거를 이끌어냈다.

영국연방에서 벗어난지 50년만에 남아공은 2010년 아프리카대륙 최초로 월드컵을 개최할 정도로 국제적인 입지를 키웠다. 한국에서도 월드컵을 계기로 인지도가 부쩍 높아졌다. 한국과 남아공을 오가는 직항편은 아직 없지만, 최근에는 영어 어학연수를 목적으로 남아공을 찾는 한국인들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남아공 시장을 향한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도 뜨겁다. 최근 스타벅스는 남아공 테이스트홀딩스과 제휴를 맺고 2016년 남아공 최대도시인 요하네스버그에 첫 매장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에 2만2000개가 넘는 매장을 둔 스타벅스지만, 아프리카에선 이집트와 모로코에만 진출한 상태다.

스페인 의류업체인 자라는 최근 남아공에 첫 매장을 냈고, 스웨덴 의류업체 H&M은 올 하반기부터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식품업계에서는 도미노피자가 남아공에 진출한데 이어, 경쟁업체인 피자헛도 6년 만에 남아공에서 영업을 재개했다. 크리스피크림도넛은 남아공 진출 계획을 발표하며 앞으로 5년 안에 31개 매장을 열겠다고 밝혔다.

노주코 글로리아 밤(Bam) 주한남아공대사를 15일 서울 한남동 남아공대사관에서 만났다. 그는 언어·문화적인 다양성이 큰 남아공 국민들이 단결할 수 있는 요인으로 만델라 대통령의 정신적인 유산을 꼽았다.

“마디바(만델라 대통령의 애칭)는 인종차별 정책이 폐지되고 남아공 사회가 하나가 되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유엔(UN)은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오는 7월 18일, 마디바의 생일을 ‘넬슨 만델라의 날’로 정했습니다. 만델라의 날을 기념해 어떤 일을 하느냐고요? 자유, 평화, 박애 등 만델라 대통령이 강조했던 가치를 전파하는 활동을 합니다. 병원이나 학교를 청소하거나 양로원을 방문하는 등 봉사활동을 하거나, 다양한 문화 관련 활동을 하지요.”

밤 대사는 남아공 사회의 핵심 가치로 ‘우분투(Ubuntu)’를 들었다. 그는 “우분투는 수투어(語)로 ‘나는 너로 인해 존재하고, 너는 나로 인해 존재한다’는 공존의 개념”이라며 “외교정책을 포함한 정부 정책도 우분투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남아공의 중요한 외교 현안은 무엇인가.

“아프리카어젠다(Africa Agenda)’다. 현재 아프리카에는 남아공이 속한 남아프리카개발협력회의(SADCC), 아프리카 동쪽 연안의 동아프리카공동체(EAC), 동·남아프리카공동시장(COMESA) 등 3개의 경제권이 존재한다. 아프리카어젠다는 여러 경제협력체를 하나로 만들고 아프리카 국가들간의 상호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다. 아프리카연합(AU)을 유럽연합(EU) 같은 단일 공동체로 전환하고, 경제적으로는 관세와 규제를 없애 아프리카 전체를 아우르는 자유무역지대를 도입하는 게 목표다. ”

-소말리아, 콩고, 에티오피아 등에서 난민이 많이 유입되는데, 남아공 경제나 사회에 불안요인이 되지는 않나.

“남아공에는 상당히 많은 난민들이 있다. 비단 남아공만 겪는 상황은 아니다. 지중해를 거쳐 유럽으로 건너가던 난민들이 사망하는 사고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국제사회의 문제다. 남아공은 제네바협정에 가입한 나라이기 때문에, 난민들을 받아들이고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올해 경제 전망은 어떤가. 금이나 백금 등 귀금속이 남아공의 주요 수출품인데, 최근 몇년 동안 원자재시장은 약세를 보였다.

“남아공 경제도 전 세계 경제의 영향을 받는다. 전반적으로 저성장 국면인데, 올해 남아공의 경제성장률은 2~2.5%로 전망한다.상품 가격은 수요가 감소한 탓에 하락세를 탔다. 남아공 정부는 원자재 이외에도 자동차 부품 등으로 수출품을 다양화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제이컵 주마 대통령은 지난해 재선에 성공했는데, 어떤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나.

“남아공은 개발도상국이다. 정부가 처리해야 할 과제가 많다. 아파르트헤이트의 잔재인 불평등과 빈곤 문제 완화가 시급하다. 건강과 복지, 교육 문제도 중요하다. 국민이 건강해야 노동력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는 지방 발전과 토지 개혁, 산업 육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국가발전계획인 ‘비전 2030’을 토대로 경제와 산업구조를 개선하려 한다. 부가가치가 높은 제조업을 육성하려고 하는데, 자동차와 화학 산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같은 정책과 개혁을 통해 2019년에는 5%대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다. 해외직접투자를 더 많이 유치하는 것도 주요 과제 중 하나다.”

-해외 기업들이 남아공에 투자할만한 유인은 무엇인가.

“남아공 국내시장도 매력적이지만, 우리(남아공)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로 진출하기 위한 거점이 될 수 있다. 아프리카연합이 구상한 범아프리카 자유무역지대가 출범하면 남아공에서 생산한 제품을 다른 아프리카 국가로 수출하기 좋다. 유럽으로 진출하기도 좋은 위치다. 남아공에서 유럽까지 선박으로 5일이면 충분하다. 남아공 정부는 세제 혜택을 포함해 외국기업에게 산업별로 각기 다른 지원책을 마련했다.”

-실업률이 높은 것으로 아는데, 고용문제에 대한 정책은 어떤 것이 있나.

“정부의 공식 통계로 실업률은 현재 25% 수준이다. 고용문제는 물론 정부의 중요한 당면 과제 중 하나다.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정부는 산업을 육성과 창업 지원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려 노력하고 있다.”

올해 초 부임한 밤 대사는 직접 차를 몰고 서울 곳곳을 다니며 장을 볼 정도로 한국 생활에 적응했다. 남아공 국가안보부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한 그는, 대사로서는 한국이 첫 임지다. 세 자녀를 둔 밤 대사는 “8살인 막내 아들은 한국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며 “김치 같은 매운 한국 음식을 잘 먹고, 물건을 살 때는 꼭 한국 제품을 고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