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자료를 읽다가 '이건 왜 갑자기 손을 대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달 말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융회사의 신규 사업 진출 제한 관련 애로 개선책'이었다. 금융 당국에서 '기관 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은 금융회사가 다른 금융회사를 인수하지 못하는 기간을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한 것이 핵심이었다. 이 사안은 금융권의 이슈도 아니었고, 특별히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도 아니다. 뜬금없었다. 그래서 의심스러웠다. 제재를 받고 3년이 지나지 않은 어느 은행이나 보험사를 도와주려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취재 결과는 좀 싱거웠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013년 6월부터 지난 2월까지 1년 반 남짓 농협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있었던 것이 이유라면 이유라고 했다. 금융위 관계자들은 "별스러운 건 아닌데 위원장이 민간에 있을 때 '이런 건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 가운데 하나인 모양이다. 그래서 고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간부는 "위원장이 '농협금융지주 시절 배운 것이 많다'는 말을 자주 한다. 주요 현안 못지않게 구석구석에 있는 낡은 규제들을 걷어내려고 노력하더라"고 했다.
1980년 행시에 합격, 2013년 3월 국무조정실장으로 퇴직할 때까지 30년 넘게 재무 관료로 살았던 그가 농협금융지주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본 모양이다. 금융회사 말단 직원의 눈에도 보이지만 아무리 유능하고 우수해도 관료의 눈에는 절대로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갑(甲)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아마 임 위원장은 농협금융지주 회장실에서 관료들의 책상머리에서 정하는 정책들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깨달았을 것이다. "금융 개혁을 절대로 절대로 포기해선 안 된다(절절포)"는 말은 그래서 했을 것이다. 한국의 금융산업은 제조업의 발목을 잡고 국가 경쟁력까지 갉아먹는다는 비난을 받는 지경이다. 그의 말대로 '절절포'를 쏘아붙여서 낡은 규제를 깨뜨리고 무너뜨려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나름대로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래선지 지난 1일 금융위는 임 위원장 취임 100일을 축하하는 떡을 돌렸다. 임 위원장이 직접 떡을 돌리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기자실에도 떡이 돌았다. 주먹만 한 백설기를 비닐로 싸고 '금융 개혁 백일'이라고 쓴 흰 종이를 붙였다. 스스로 지난 100일간 금융 개혁을 위해 일을 좀 했다고 평가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백설기가 너무 일찍 터뜨린 샴페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떡과 함께 돌린 '금융 개혁 주요 성과와 향후 계획'이라는 보도 자료는 "금융위원회는 칭찬받을 자격이 있다"는 말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자료에는 한 신용협동조합 관계자가 금융위의 활동에 대해 "(얘기를) 들어라도 주니 속은 시원합니다"라고 했다고 적혀있었다. 칭찬은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니다. 언젠가 이 코너에서 "처음에는 그럴 듯했는데 뒤로 갈수록 소리만 요란했다"고 쓰게 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