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성 정체성 장애’를 겪는 남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정용석 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중학교 1학년때부터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 A씨는 대학병원에서 장기간의 성 정체성 장애 치료를 받았다. '성 정체성 장애'란 지속적으로 자신을 다른 성별에 동일시하고 자신의 생물학적 성별에 대해선 불편함을 느끼는 증상이다. A씨는 결국 2010년부터 여성호르몬제를 맞기 시작했다.
A씨는 이후 병무청에서 신체검사를 받아 3급 판정을 받고 2011년 육군훈련소에 입대했다. 그러나 "성 정체성이 의심된다"는 군 의료진 판단에 따라 귀가조치를 받았다. 가슴수술까지 받은 A씨에 대해 병무청은 다시 4급 판정을 내렸고 A씨는 훈련소로 돌아갈수 밖에 없었다. 결국 A씨는 지난 2012년에서야 병무청으로부터 병역면제 판정을 받게 됐다.
검찰은 지난해 A씨를 병역법 위반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A씨가 병역기피를 위해 성 정체성 장애가 있는 것처럼 속임수를 썼다"고 판단해 A씨를 재판에 넘겼다. 최초 신체검사 당시 정신과 영역에서 정상 판정을 받았던 A씨가 병역의무를 기피하기 위해 각종 진료를 받았다는 것이다. 정신과 진료 과정에서 "여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 적이 있다는 점도 검찰의 근거로 제시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이 내세운 근거만으로는 A씨가 병역의무 회피를 위해 허위로 성 정체성 장애를 가장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A씨는 자신의 성 정체성이 주변과 사회에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이를 밝힐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며 "성소수자나 성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보수적이었던 점에 비춰 A씨 주장에 수긍이 간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징병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은 '성정체성 장애로 인한 6개월 간의 치료경력'을 병역면제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여성호르몬 주사' '성전환수술'을 병역면제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지난 1월 수술을 하지 않은 트랜스젠더에 대해서도 병역을 면제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