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화씨는 “제 작은 기부로 수십명, 수백명이 행복해지면, 그리고 그 사람들이 나처럼 마음을 나누면 세상이 더 밝아질 테니 좋은 일 아니냐”고 말했다.

"제가 어린 시절 힘들 때 받았던 이런저런 주변의 도움들이 떠올라서 한 일입니다."

부산의 전시기획사인 코렉스 이정화(34) 대표가 최근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에 지을 노인복지시설 건립비로 1억원을 내놓았다. 코렉스는 직원 4명을 둔 작은 회사다. 1억원은 이정화씨가 10년간 직장 생활과 사업을 하며 모아온 돈이다. 1억원은 그가 실제로 모은 재산의 절반쯤 된다. 아직 미혼인 그는 작은 월세 아파트에 살고 있다.

코렉스는 2009년 창업했고, 현재 연매출은 10억원 정도이다. 그는 한 전시기획사에 취업해 신참을 탈출한 시절 월 10만원 적금으로 시작해 20만원, 30만원, 70만원으로 차츰 액수를 불려 저축했다고 한다.

"중·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닐 때 독서실 갈 돈이 없어 동사무소 공부방 도움을 받고, 아르바이트로 생활하기 빠듯해 보고 싶은 책도 제대로 못 사볼 때는 어떤 분이 주신 문화상품권을 들고 서점에 가기도 했어요."

그는 기부를 앞두고 망설임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과거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내게 베풀어진 그런 작은 손길들이 '나에겐 그렇게 큰 힘이 됐는데'라는 느낌이 들면서 '돈은 더 벌면 되잖아'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기부는 처음이 아니다. 2004년 첫 직장에 들어간 후 유니세프에 월 3만원씩 기부했다. 이후 기부처가 늘면서 요즘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 5곳에 매달 합쳐 40만원씩 보낸다. 올 들어서는 반송동에서 어린이 공부방을 운영하는 '원오사'란 절에도 서너 차례에 걸쳐 총 3000만원을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