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 거장 촬영감독 서정민(본명 서정석·81·사진)씨가 7일 별세했다. 1934년 인천에서 태어난 서 감독은 필름 유제를 직접 개발하겠다는 생각으로 고려대 화학과에 입학해 4학년 때 우연히 선배의 친구인 영화감독의 추천으로 촬영부에 들어가면서 영화에 입문했다.

한국 영화사의 굵직한 작품들이 그의 손에서 촬영됐다. 1961년 임원직 감독의 '촌 오복이'를 통해 데뷔한 그는 1960년대 이만희 감독과 호흡을 맞춰 '다이알 112를 돌려라'(1962) '7인의 여포로'(1965) '만추'(1966) 등의 명작을 촬영했다. 1970년대에는 임권택 감독과 '명동 잔혹사'(1972) '증언'(1973) '낙동강은 흐르는가'(1976)를 찍었고, 1980년대에는 이장호 감독과 '바람불어 좋은 날'(1980) '바보 선언'(1983) '무릎과 무릎 사이'(1984) 등을 작업했다. 1990년대에는 김기덕 감독의 '야생동물 보호구역'(1997) '파란대문'(1998) '수취인 불명'(2000)의 촬영을 맡았다. 2000년대 들어서도 '리베라메'(2000) '몽정기'(2002)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여우 계단'(2003) '어린 신부'(2004) '몽정기2'(2005), '무방비 도시'(2007) 등의 촬영을 맡았다. 고인이 촬영한 작품만 160여편에 달한다.

서정민 감독은 영화 촬영 관련 주요 상을 20개 이상 수상했다. 오청자씨와 슬하에 4남을 뒀다. 빈소 여의도 성모장례식장. 발인 9일 오전 9시, 장지 파주 광탄면 신산리. (02)3779-1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