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성장률이 하락해도 공산당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추락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중국 정부가 ‘고속 경제 성장’이라는 손쉬운 정권 유지 전략을 포기하고 수출 중심이던 경제구조를 국내 소비시장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현명한 선택입니다.”
최근 중국은 국제 무대에서 경제력을 한껏 뽐내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외국을 방문할 때마다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지난 4월 파키스탄를 방문해 460억달러(약 51조8000억원)를 들여 파키스탄의 남과 북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와 가스관 등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하겠다고 약속했고, 5월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는 러시아와 20억달러 규모의 농업과 자유무역지구 건설을 위한 공동기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같은 노력은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일대일로(一帶一路)' 경제권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도로, 항만 등 기본적인 사회기반시설(인프라스트럭처) 개발이 필요한 주변국들도 중국의 움직임에 화답하고 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흥행은 중국의 경제력을 의식하는 나라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방증이다.
나라 밖에서는 세를 과시하기 바쁜 중국이지만 국내에서는 내실 다지기에 돌입했다. 부실기업에는 공적자금 투입을 중지하고, 지방정부들은 부채를 줄이도록 했다. 금융기관은 이전처럼 부동산 개발 사업에 자금을 제공하지 않는다.
일부 정치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 성장 속도가 떨어지면(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11년부터 한 자리수로 떨어졌다) 정권에 대한 지지율도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빠른 경제 성장’이 공산당 독재를 합리화했다는 분석에서다.
중국 정치 전문가인 브루스 딕슨(Dickson) 미 조지워싱턴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그러나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하락해도 공산당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추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딕슨 교수는 “낮은 경제성장률이 개인의 소득 수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공산당과 중국 사회 사이에 긴장이 생길 수 있지만, 시진핑 정권이 출범한 이후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률 하락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는 점을 끊임없이 국민들에게 설득해왔다”며 “이 같은 전략이 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경제가 이전처럼 빠르게 성장하지 못해도 중국 국민들이 공산당 정권을 지지할 것이라고 보나.
“빠른 경제 성장은 중국 공산당이 정권을 유지할 수 있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지난 몇 십년 동안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것을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여겼다. 상하이 같은 경제 거점 도시를 통해 경제정책의 성과를 홍보했다.
하지만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중국에서는 소득 수준과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일치하지 않는다. 정책의 수혜를 본 대도시 거주민들이 정권을 더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 경제 수준이 낮은 지역이나 농촌 주민들의 정부 지지율과 큰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중국 정부는 어떻게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었나.
“중국 공산당의 정권 유지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 할 수 있다. 합법화(Legitimation), 선출(Co-optation), 억압(Repression)이다. 이 세 가지 전략을 적절히 조화시켜,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낸다.
‘합법화’는 공산당 정권의 정당성을 입증하고 강화하는 전략이다. 경제 성장 정책이 대표적이다. 2010년과 2014년 중국 정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계 소득이 늘어날수록 정부에 대한 지지율도 높아진다. 5년 전과 비교해 수입이 늘었고, 앞으로도 소득이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록 정부에 대한 지지도도 높다.
경제 정책의 혜택을 받은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중앙 도시와 지방 도시, 농촌 간 경제적인 격차가 있다. 이런 차이는 정부에 대한 지지율에도 어느 정도 반영된다. 지방 정부의 경제적인 발전 수준에 따라 교육이나 의료 같은 복지제도의 수준도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10년 지방정부가 해당 지역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4%를 교육에 투자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지역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편다.
애국주의와 유교적인 가치를 강조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전후세대는 공산주의에 대한 지지로 공산당 정부를 지지했지만, 90년대에 태어난 중국인이 정부를 지지하는 것은 애국심의 발로다. 중국 정부는 공산당을 정부로 인식시키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한다. 국영 은행이나 정부기관에 취직하거나 국영 기업에서 승진하기 위해서는 공산당원이어야 한다는 ‘선출’ 전략이 대표적이다. 공산당원이면 더 많은 사회, 경제적인 이익을 얻게 해 공산당에게 충성하게 만드는 것이다.
민주화 운동이나 인터넷을 활용한 반정부활동을 엄격하게 막는 ‘억압’ 전략도 병행한다. 공산당을 비판하면 처벌을 받을 것이란 공포를 심어주는 방법이다. 인터넷 검열이나 해외 사이트 차단, 반정부 인사에 대한 탄압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최근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저개발 국가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제 외교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대외 확장 정책이 중국 정부에게 어떤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나.
“그동안 중국의 아프리카, 남미 등 해외투자는 자국민만을 위한 것이었다. 현지에 진출한 중국 기업이 중국 근로자를 고용하는 식이었다. 아프리카 일부 국가는 중국의 투자 방식에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대일로 정책이나 AIIB는 아주 새로운 계획이다. 자국의 이익에만 초점을 맞추던 중국이 국제 무대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노리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외교정책이 단순히 공산당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은 아니겠지만, 간접적으로는 정권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국가 전체를 위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이 올라감에 따라, 중국인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부가효과를 누릴 수 있다. 국제 무대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한 점이 공산당 정부의 중요한 치적이 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금융기관의 건전성 관리 강화, 예금자보험제도 신설, 중국 본토 증시와 홍콩 증시를 연결하는 후강퉁제도 도입 등 다양한 경제 개혁 정책을 시행했다. 중국 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와 외국 금융기관의 영업에도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했다. 이 같은 개혁 정책의 효과는 무엇이라고 보나.
“수출과 건설 중심이던 경제 모델을 국내 소비와 서비스업 중심으로 전환하는 전략은 시기적절하다. 세계 경제의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만큼, 수출은 이전처럼 확실한 성장동력이 아닐 수 있다. 경제 개혁 과정에는 지방 정부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문제 등 어려운 과제들이 많다.
아직 경제 개혁의 결과를 확인하기에는 이르다. 경제구조를 개선한 효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국내시장을 개방하겠다고 하지만, 외국기업들은 담합이나 뇌물 등 범죄 혐의로 조사를 받기 일쑤다.”
-북한도 중국식 모델을 차용해, 정치 체제는 유지하면서 경제를 개방하는 전략을 쓸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미국 정치권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본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끊임없이 북한이 중국식 모델을 도입해 경제를 개방하게끔 유도했지만 실패했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 정권도 상당히 좌절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북한 정부가 중국처럼 경제만 개방하는 경제 성장 전략을 택했다면, 중국의 지원 하에 어느 정도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를 폐쇄적으로 유지하겠다는 북한의 입장이 확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