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대구 동구 동양종합건설 대구지부 사무실을 압수 수색한 검찰 직원들이 자료가 담긴 상자를 차량에 싣고 있다. 동양종합건설은 이명박 정부 시절 포스코 본사와 포스코건설의 국내외 공사를 여러 건 수주해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3일 검찰의 포스코그룹 서울 본사(포스코센터)에 대한 압수수색은 지난 3월 포스코건설 압수수색이 있은 지 4개월여 만에 이뤄졌다.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수사로 시작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수사의 칼끝이 포스코 본사와 정준양(67) 전 포스코그룹 회장을 향하게 될 것이라던 전망이 현실화된 셈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그동안 포스코건설 전·현직 임원들을 줄줄이 구속하며 정준양 전 회장 턱밑까지 수사를 진행했으나 5월 23일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의 구속 영장이 기각되면서 주춤했다. 이후 수사에 별다른 진척이 없자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에 실패한 것 아니냐', '안 되면 멈춰야지 너무한다'는 등 비판적인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이날 오전과 오후 동양종합건설과 포스코센터를 잇달아 압수수색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검찰 수사가 4개월 만에 본궤도에 올랐고, 이제 정점을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이날 대치동 포스코센터 건물에 있는 가치경영실(경영기획), 정도경영실(감사), 법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정 전 회장이 재임하는 동안 대우인터내셔널과 성진지오텍 등 10여개 기업을 인수한 자료와 동양종건 거래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요일 오후 6시쯤 퇴근 시간에 갑자기 압수수색이 시작되자 포스코 측은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포스코 관계자는 "해외 사업과 M&A관련 업무를 주관한 핵심 부서만 압수수색을 받았다"며 "포스코 관련 수사가 막바지에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춘 포스코 상무는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검찰은 이날 오전에는 대구와 포항에 있는 동양종합건설 본사와 계열사 6곳에 검사와 수사관 50여명을 보내 포스코 관련 사업 자료들을 확보했다. 동양종건은 코스틸·성진지오텍 등과 함께 포스코와 계열사의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아온 업체다.

영장에 적힌 혐의는 배성로(60·현 영남일보 회장) 전 대표의 횡령·배임이었지만, 검찰은 배 전 대표가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비자금 중 일부가 정준양 전 회장을 비롯해 포스코 고위 간부들에게 흘러들어 갔는지, 정·관계 로비에 쓰였는지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배 전 대표는 포스코 출신으로 줄곧 포스코 협력업체를 운영해 왔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포스코로부터 동양종건의 공사 수주액은 급증했고, 본사와 계열사를 가리지 않고 거래를 해 회사 규모를 불려 나갔다. 2005년에는 대구 지역 일간지 영남일보도 인수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배 전 대표가 정 전 회장과 포스코에 함께 근무한 시절부터 친분이 있던 데다, MB 정권 실세를 비롯해 정·관계 인맥이 두텁다는 점이 작용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정 전 회장 재임 시절 동양종건은 해외사업 부분에서만 2400억원의 공사를 수주했고, 4대강 공사도 여러 곳에 참여했다.

그러나 동양종건 관계자는 "배 전 대표는 2003년부터 회사 경영에서 손을 뗐다"면서 "포스코 관련 사업에서 특혜를 받은 적도 없고, 비자금을 만든 적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