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럽 독일에서 삼성전자 세탁기를 파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LG전자 조성진(59) 사장에 대한 첫 공판이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조 사장의 세탁기 파손 여부를 두고 한때 극심한 감정싸움을 벌였으나 조 사장이 기소된 이후 모든 법적 공방을 끝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검찰이 공소유지 입장을 밝히면서 결국 재판까지 갔다.

이날 조 사장 변호인 측은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준비하는 등 검찰의 공소 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반면 조 사장을 조사하고 기소한 검찰 측이 “합의에도 불구하고 재판이 계속되는 상황이 난처하고 당황스럽다”고 말하는 등 어색한 장면이 연출됐다.

LG전자 조성진 사장.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부장 윤승은)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검찰이 먼저 간략하게 공소사실을 낭독했다. 조 사장이 지난해 9월 3일 독일 베를린의 가전제품 전시장에서 삼성전자 드럼세탁기 도어를 내리쳐 파손시켰고,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전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업무를 방해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조 사장을 이런 혐의로 기소했지만 지난 3월 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 사안을 비롯해 기술 유출 다툼 등 모든 법적 분쟁을 종결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검찰은 공소 취소는 어렵다고 판단, 재판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이 이렇게 나온 데는 그만한 이유도 있다. 조 사장에게 적용된 명예훼손죄는 당사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못하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해 삼성전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유지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재물손괴죄나 업무방해죄는 피해자의 처벌 의사와 관련 없이 기소와 재판이 이뤄지는 범죄다. 결국 삼성과 LG의 뒤늦은 합의가 어색한 재판을 초래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 조 사장의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 “삼성과 LG가 합의했지만, 처음부터 오해가 없었다면 법정까지 오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며 “화해에도 법적 판단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엄격한 유죄 증명이 있는지 신중히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조 사장이 공개된 장소에서 (LG전자) 배지를 단 채로 삼성 직원 3~4명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경쟁사의 세탁기를 고의로 부수는 행동을 했다는 게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 측은 “삼성과 LG가 화해하고 합의했지만, 재판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 난처하고 당황스럽다”며 “하지만 잘못된 부분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현장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조 사장의 범행은 명확하다”며 “(세탁기 도어의) 손괴 여부는 소비자가 볼 때 이상하다고 느끼면 입증이 가능하다. 상식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오는 21일 문제가 된 세탁기에 대한 현장 검증을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