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청소년 등을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난 상습 절도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하고 무리하게 수사했다가 이들의 무죄가 입증돼 배상금을 물어주게 됐다고 국민일보가 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009년 7월 경기 광명시 한 아파트 단지에서 지난 1년 새 비슷한 수법의 절도 사건 40여건이 발생하자 수사에 나섰다. 당시 광명경찰서 수사관들은 동네 비행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탐문을 하다가 한 청소년으로부터 고등학생 A(당시 16세)군과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B(당시 19세)군의 이름을 들었다.
경찰은 이들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고, 범인의 모습이 흐릿하게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을 근거로 A군과 B군을 긴급체포했다. 두 사람은 처음에는 범행을 부인했으나 수사관들이 추궁하자 “범죄를 저질렀다”고 했다.
경찰은 체포 다음날 A·B군을 데리고 현장검증까지 실시했고, A·B군이 포승줄에 묶인 상태에서 범행 과정을 재연하게 하면서 이들에게 마스크나 모자도 씌우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이 증거물이라며 두 사람의 집에서 압수한 절단기와 시계, 만보기 등은 범행과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장에서 발견된 지문과 족적도 두 사람의 것과 달랐다. 그럼에도 경찰은 이들이 44건의 절도 범죄를 저질렀다며 이들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1심 재판에서 통신 내역과 학교 출결 상황 등을 조회한 결과 A군과 B군이 범행 시점에 현장에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검찰이 제출한 증거도 인정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검찰의 항소와 상고는 모두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단독 최정인 판사는 A·B군과 그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성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최 판사는 “경찰이 예단된 범죄사실에 맞춰 성급하고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했다”고 판시했다. 또 “수사기관은 특히 피의자가 장애인, 미성년자 등 사회적 약자일 때에는 부모 등을 동석시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도록 배려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판사는 다만 A·B군과 가족들이 지난해 2월 형사보상금을 지급받은 점을 고려해 국가가 이들에게 지급할 위자료는 총 900만원으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