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알퍼·칼럼니스트

영국인과 한국인은 햇빛이 강한 날에 하는 행동이 정반대다. 영국에선 화창한 날이 드물다. 괜히 스모그와 비의 나라로 유명한 게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로 드물게 햇빛이 좋은 날이 되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마치 태양숭배교(敎)라도 믿는 것처럼 밖으로 뛰쳐나온다. 그들은 햇빛을 한껏 흡수하겠다는 각오로 옷을 벗어젖힌다(심지어 공공장소에서 그러는 사람도 있다). 맑은 날 런던이나 맨체스터, 리버풀 같은 도시를 가보라. 길거리엔 웃통을 벗은 남자들이 걸어다니고 공원엔 거의 누드로 선탠을 하는 여자들도 있다.

영국에 살 때 알던 어떤 여자는 날이 개자마자 온 몸에 해바라기유를 바르고 자기 집 지붕에 올라가 드러누웠다. 그의 피부는 감자칩처럼 노릇하게 됐다. 영국인들이 햇빛에 얼마나 열광하는지 알 수 있는 좋은 본보기다.

하지만 이번 여름 휴가 때 영국에 갈 계획이라면 구릿빛 피부를 한 섹시남(또는 섹시녀)들을 한 무더기 만날 기대는 접는 게 좋다. 대부분 영국인들의 피부는 희다 못해 창백한 수준이라서, 하루 이틀 태양에 태운다고 섹시한 구릿빛이 되진 않는다. 차라리 랍스터나 새우처럼 빨갛게 익는다고 보는 게 맞다. 영국 성인 남녀 중 60% 이상이 비만이라는 통계가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여름철 영국엔 거대한 새우나 랍스터가 거리를 걷고 있는 셈인데, 그리 섹시한 풍경이 아닐 것이다.

한국에서도 여름철에 어울리는 구릿빛 피부를 쉽게 볼 수 없다. 여기선 해가 나면 사람들이 집착에 가깝게 그늘로 숨기 시작하는 것 같다. 햇빛이 강한 날 영국인들이 태양신을 숭배하는 것처럼 옷을 벗어젖힌다면, 한국인들은 마치 밀교(密敎)의 사제라도 된 것처럼 선크림을 발라 얼굴을 새하얗게 만든다.

덥고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던 어느 여름날 한강에 갔다가 시민공원에서 걷기 운동을 하는 한 무리의 아주머니들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 적도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흰 옷에 챙이 큰 모자를 쓰고 얼굴엔 마스크를 한 채 걷고 있었다.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다스베이더의 흰색 버전 같은 모습이었다. 영국 거리의 통통한 랍스터와 한국 강가의 화이트 다스베이더 모두 여름철에 어울리는 섹시한 풍경은 아니다.

※ 7월 일사일언은 팀 알퍼 칼럼니스트를 비롯해 남무성 재즈평론가 겸 만화가, 정재찬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 올해 이해랑연극상 수상자인 배우 길해연, 손정완 패션디자이너가 번갈아 집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