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튀니지 지중해 해변에서 총기 테러를 벌인 튀니지 청년 사이프 엣딘 알 라자위(23). 그의 양옆에 소총이 세워져 있다.

지난 26일 정오 무렵 튀니지 북부 지중해 도시 수스의 해변가. 모래사장은 오전부터 피서객으로 가득 찼다. 해수욕을 즐기는 어린아이들 사이로 검은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에 구릿빛 피부를 가진 20대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름은 사이프 엣딘 알 라자위(23). 중부도시 가아푸르의 카이로완 대학 공대 중퇴생이었다.

여느 관광객과 다를 바 없어 보였지만, 그의 오른손에는 천으로 둘러싸인 길죽한 물건이 있었다. 유럽인들이 주로 묵는 한 호텔 앞 해변에 이르렀을 때, 그는 천을 거두었다. AK소총이었다. 총을 본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허겁지겁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는 일광욕하는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쏘며 모래사장을 가로질러 호텔로 향했다.

모래사장은 핏빛으로 물들었다. 라자위는 총을 쏘다가도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엔 수류탄을 집어던졌다. 사람들은 호텔로 피신했다. 방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잠그고 침대 밑에 숨었다.

하지만 테러범 라자위는 호텔로 진입해 2층까지 올라가 총알을 쏟아 부었다. 그는 잠시 뒤 튀니지 경찰의 총에 사살됐다. 이날 테러로 영국인 15명 등 최소 39명이 사망하고 수십여 명이 부상했다.

튀니지 당국은 "라자위는 범죄 경력이 전혀 없고 스페인 마드리드 축구팀을 좋아하는 청년이었지만, 인터넷에서 테러 단체 '이슬람국가(IS)'를 접하면서 변했고 이번에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형' 테러를 저지르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