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의 외야수 최진행(30)은 25일부터 30경기를 뛰지 못한다. 지난달 초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주관했던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 약물인 스타노졸롤(stanozolol)에 양성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동화작용 남성 호르몬 스테로이드 계열인 스타노졸롤은 WADA(세계반도핑기구)가 지정한 제1종 상시 금지 약물에 속한다.

KBO는 지난달에 등록 선수 중 구단별로 5명씩 총 50명의 선수를 대상으로 표적 검사를 했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도핑컨트롤센터의 분석 결과 최진행을 제외한 49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

최진행은 이날 KBO 반도핑위원회에 출석해 "4월에 지인이 권유한 영양 보충제를 먹었는데, 거기에 금지 약물이 들어 있었던 것 같다"고 소명했다. 그는 또 구단을 통해 "팬들에게 죄송하며 모든 징계를 달게 받겠다"고 사과했다.

최진행이 섭취했다는 건강 보조제는 분말 형태의 '유청 단백질(Whey Protein)'로 알려졌다. 운동선수들이 흔히 먹는다. 다만 제조사에 따라 제품 종류가 다양하고, 성분 표기가 자세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최진행이 지인에게서 받은 단백질 보충제는 미국산이며, 국내에도 유통되고 있다. 한화 측은 "더 신중하게 성분을 확인하지 못한 점을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KBO는 한화 구단에도 제재금 2000만원을 물렸다. 최진행은 24일 현재 타율 0.301(13홈런·42타점)을 기록하며 팀 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KBO는 2007년 국내 프로 스포츠 단체 중 처음으로 반도핑위원회를 구성해 정기적으로 도핑 테스트를 하고 있다. 최진행은 6번째 위반 사례다. 작년엔 두산 투수 이용찬이 10경기 출장 정지 제재를 받았다. 이용찬은 경기력 향상 의도가 아닌 피부과 질환 치료를 위해 병원의 처방을 따랐다고 소명했지만 '면책 신청'을 하지 않아 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작년까지 최초 도핑 테스트에 걸린 선수는 1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올해부터는 첫 번째 위반의 경우도 약물 종류에 따라 징계 기간이 10~30경기로 세분화됐다. 두 번째 위반자는 50경기, 세 번째는 영구 제명된다. 최진행의 몸에서 나온 스타노졸롤은 경기력 향상 물질이라 1차 적발자를 대상으로 한 징계 중에서 가장 수위가 높았다.

하지만 프로의 경우 여전히 아마추어보다 금지 약물 복용에 대한 처벌이 약한 편이다. 자체 도핑 방지 규정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프로축구 선수인 강수일(제주 유나이티드)은 15경기 출장 정지(스테로이드 검출)를 당했고, 여자 프로배구 선수 곽유화(흥국생명)는 6경기 출장 정지(흥분제 검출) 처분에 그쳤다.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의 투수 헨리 메히아는 4월에 스타노졸롤 양성 반응으로 80경기 출전 정지를 당했다. 한국에 비해 중징계이긴 해도 기간으로 따지면 3개월 정도에 불과하다.

전 세계적으로 WADA 규정을 따르는 아마추어 스포츠는 처벌 강도가 높다. 박태환(26)은 작년 9월 FINA(국제수영연맹)가 주관한 도핑 테스트에서 스타노졸롤과 같은 계열의 남성 호르몬 성분이 검출돼 18개월 선수 자격 정지를 당했다. 스테로이드 계열의 금지 약물을 썼다가 걸리면 24개월 징계가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박태환의 18개월 징계는 그나마 상대적으로 가벼웠다.

최근 국내에선 선수들의 금지 약물 복용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약물로부터 선수를 보호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자는 반도핑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선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도핑 행위에 더 엄격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스타노졸롤(stanozolol)
88서울올림픽 때 벤 존슨이 걸렸던 금지약물

WADA(세계반도핑기구)가 지정한 상시 금지 약물 중에서도 대표적인 '동화작용 남성 호르몬 스테로이드(Anabolic Androgenic Steroid)'에 속한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로 불리는 AAS 계열 약물은 단백질의 체내 흡수(동화)를 촉진해 근육을 빠르게 만들고 근력을 강화한다. 1988 서울올림픽 육상 남자 100m에서 1위를 했던 벤 존슨(캐나다·사진)은 도핑 테스트에서 이 성분이 검출돼 금메달을 박탈당하고 2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