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25일 오후 열린 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저에 대한 사퇴요구는 더 잘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이겠다”며 “청와대 식구들과 함께 당청 관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유 원내대표는 의원들로부터 ‘재신임’을 받았다.

대통령이 이날 오전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의 향후 처리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이날 의원총회는 유 원내대표의 거취가 결정되는 ‘운명의 의총’이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안 통과와 관련 당안팎에서 자신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날 의원총회 여론에 따라 거취를 결정할 생각이었다”고 했다.

유승민 대표가 25일 의원총회가 열리는 국회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그러나 이날 의총에서 발언을 한 40명의 의원 중 홍문표·김진태·김태흠·이장우 의원 등 4명만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했고, 나머지 90%(36명) 의원은 “당청이 공멸할 것”이라며 ‘유승민 사퇴’ 불가론을 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숫자로만 보면 압도적인 재신임을 받은 셈이다. 대통령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도 의총에서 마이크를 잡았지만 유 원내대표의 사퇴론은 꺼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의총 참석 의원들에 따르면, 이 최고위원은 단상에 올라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야당과 시민단체가 도를 넘어 대통령을 비난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여당까지 대통령을 비난하고 욕해서 되겠느냐”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현 최고위원

이 최고위원은 발언 말미에 국회법 개정안 사태와 관련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하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최고위원은 최근까진 유 원내대표의 ‘책임론’을 제기해왔다. 그는 지난 3일 언론 인터뷰에선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유 원내대표의 책임을)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다"며 "사퇴는 수습 이후의 문제"라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뇌관’이 살아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친박 의원들을 중심으로 유 원내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다시 제기될 경우, 비박 의원들이 맞서면서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이 존재하다는 것이다. 친박 ‘맏형’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당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여당 원내사령탑’인 유 원내대표를 비판한 것에 대해 "대통령의 뜻이라면 존중할 의무가 있다"며 "나는 과거 원내총무 때 노동법 파동으로 책임졌다"고 했다. 김태흠 의원도 이날 성명을 내고 "유 원내대표는 무능 협상과 월권 발언으로 작금의 상황을 초래한 것에 대해 책임지고 사퇴를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