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를 치료 중인 병원들이 외래 환자가 크게 줄어 재정난을 겪고 있다. 진료 수입이 줄어 의료진과 직원들의 월급을 깎는 병원까지 생겨났다.

경주 동국대 병원은 정부에서 메르스 환자 3명을 배정받아 모두 완치시켰다. 그러나 메르스 환자가 입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래 환자가 한때 90%까지 줄었다. 천안 단국대 병원도 메르스 환자들을 치료했다가 외래 환자가 50% 이상 줄어 큰 피해를 봤다. 두 병원은 감염병 차단 시설이 잘 돼 있어 정부가 메르스 환자를 위탁했던 병원이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던 병원들도 사정이 어렵다. 건국대 병원은 외래 환자가 평소의 30% 수준으로 떨어져 의사와 교수들의 6월 월급을 20% 삭감했다. 다음 달엔 간호사와 일반 직원도 월급 삭감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메르스 사태가 이 정도나마 수습되고 있는 것은 사명감 하나로 버텨온 의료 기관과 의사·간호사들의 헌신적 노력 덕분이다. 그런 의료 기관들이 경영난으로 흔들리고 의사·간호사들 월급까지 삭감해야 한다면 앞으로 누가 전염병 예방과 치료에 뛰어들겠는가. 정부가 그들의 헌신에 대해 성의 있게 보상해주지 않으면 또 다른 전염병이 닥칠 경우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바랄 수 없게 될 것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메르스 환자를 치료해야 할 의료진이 환자를 기피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정부는 IBK기업은행 등을 통해 긴급 자금을 대출해주겠다고 하지만 병원 대부분이 이미 대출금을 많이 쓰고 있어 추가 대출이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는 예비비 지원도 약속했으나 보건복지부가 지원 기준을 만든 뒤에 집행하겠다고 시간을 끌고 있다. 병원들은 의사·간호사 월급도 못 줄 정도로 긴급 자금이 절실한 마당에 그렇게 느긋하게 여유 부릴 형편이 아니다.

건강보험공단에는 여유 자금 14조원이 쌓여 있다. 먼저 긴급 자금을 제공한 뒤 사후(事後) 정산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도 있다. 정부가 떠맡긴 메르스 환자를 진료하다가 어려움에 빠진 병원에는 장기 저리 자금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초동 대응 실패로 온 나라를 뒤집어놓은 정부가 뒤처리마저 실패하면 무슨 변명을 해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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