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배상금이 나오면 한 푼 안 쓰고 딱한 사람들에게 바치겠다고 생각했는데, 언제 나올지 모르는기라. 그래서 얼마 안 되는 5000만원을 장학금으로 전하기로 마음먹고 나왔어요.”
24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184차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89) 할머니가 광복·종전 70주년을 맞아 분쟁 지역 피해 아동을 돕기 위한 장학금 5000만원을 ‘나비기금’에 기부했다. ‘나비기금’은 2012년 김 할머니가 길원옥 할머니와 함께 일본 정부로부터 법적 배상을 받으면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는 전시(戰時)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돕는 데 쓰겠다며 만든 후원 기금이다.
김 할머니는 “어린 나이에 (일본군에) 끌려가 하고 싶은 공부를 못한 것을 항상 마음에 담고 살았다”며 “외국에 나가 보면 (전시 성폭력 범죄) 피해자 자녀들이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고 살아가는 게 굉장히 힘이 들더라”고 했다. 김 할머니는 “이 5000만원은 매달 정부에서 나오는 생활비를 한푼 한푼 아껴서 모은 돈”이라며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이 할매는 이 돈을 모으는 데 진짜 힘이 들었다”고 했다.
김 할머니는 이날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여러분도 한 마리 ‘나비’가 돼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현재 ‘나비기금’은 베트남전 성폭력 피해자 등을 돕는 데 쓰이고 있다.
김 할머니는 만 14살 때 일본군위안부로 끌려가 중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에서 고통을 겪었다. 1992년 정부에 피해자로 등록한 뒤 세계 곳곳을 다니며 일본군 만행을 증언하고,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수요집회에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88)·이용수(87) 할머니도 참석했다. 이들은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촉구하고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한 적극적이고 자주적인 외교 조치를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이 할머니는 “박근혜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 전후로 여기 있는 할머니들을 꼭 만나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