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딱 복분자 수확철이라 급하게 일손이 필요한 시기인데, 일꾼들이 다 순창에는 안 온다고 해서 난감했지요."

23일 오후 전북 순창군 쌍치면 전암리의 한 농장. 200평 남짓한 비닐하우스 3곳에서 복분자 농사를 짓고 있는 이정운(55)씨는 "순창 전체가 '메르스 고장'으로 낙인찍히는 바람에 주문이 끊겨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며 한숨 쉬었다. 매년 6월이면 광주·정읍 등에서 수확 일꾼들을 태운 관광버스가 순창을 드나들었지만 올해는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고 한다. 이날 이씨 농장에는 행정자치부 직원 30여명이 찾아와 자원봉사로 부족한 일손을 채웠다. 이씨는 "수확을 하더라도 시장 경기가 얼어붙어 판매가 안 된다"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뭄까지 들어 품질 유지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23일 오후 전북 순창군 쌍치면에 있는 한 시설하우스에서 농장 주인 이정운씨가 무르익은 복분자를 따고 있다. 지난 4일 순창읍 장덕마을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해 일손이 끊기자 이씨의 농장에 행정자치부 직원 30여명이 찾아와 복분자 수확을 도왔다.

지난 4일 순창읍 장덕마을에서 메르스 환자가 나와 마을이 통째 봉쇄된 후 순창군 전체가 경기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행자부 통계에 따르면 장덕마을이 봉쇄된 지난 4일부터 19일까지 순창 지역 전체 복분자 수확량은 1055㎏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16%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복분자·오디·매실·블루베리 등 4대 특산물의 해당 기간 총매출액은 작년에 비해 62% 감소했다. 복분자 영농조합을 운영하는 주민 고남숙(61)씨는 "오랜 고객들도 메르스 때문에 불안하다며 줄줄이 주문을 취소하고 있다"며 "최근 복분자를 주문한 한 손님은 '주소지에 순창이라고 적지 말라'는 부탁까지 하더라"고 했다. 순창군 관계자는 "항간에 '순창에서 배달되는 농산물엔 메르스 병균이 묻어 있다'는 식의 터무니없는 괴담이 떠돌아 피해가 커졌다"고 전했다.

순창 지역의 메르스발(發) 불황은 관광·요식업 등 다른 업종들에도 밀어닥쳤다. 주말이면 인근 지역에서 수천명의 등산객이 몰려들었던 강천산 군립공원 매표소엔 사람들 발길이 뚝 끊겼다. 숲 관리인으로 일하는 양병완(66)씨는 "지난 2주간 입장객 수가 평소보다 70~90%가량 줄어들었다"고 했다. 순창 읍내 대표 음식점 11곳에서는 메르스 확산 이후 지난 20일까지 예약 1300건이 취소돼 매출이 8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장덕마을 성인식(58) 이장은 "마을 40~50대 주민 대부분이 읍내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는데, 메르스 여파로 읍내 일자리가 사라져 마을 격리가 풀려도 갈 곳이 없다"고 한탄했다.

하지만 19일 0시를 기점으로 장덕마을 격리가 해제되면서 순창 경제도 미약하게나마 숨통이 트이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순창군은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당초보다 115억원 늘려 조기 편성하기로 결정했고, 행자부도 이달 말까지 매주 일손 돕기 활동을 통해 농산물 17t가량을 직접 수확해 구매할 예정이다. 이날 일손 돕기에 참여한 정재근 행자부 차관은 "순창도 이제 '메르스 청정 지역'이 됐으니 얼어붙은 경제 상황에도 파란불이 켜질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