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대전 건양대병원 간호부에 작은 상자 하나가 배달됐다. 상자 안에는 치약, 칫솔, 양말, 초코파이 등 과자, 물티슈가 담겨 있었고, 물품 위엔 편지〈사진〉 한 통이 놓여있었다. "이게 뭘까" 하며 편지를 본 병원 간호사 5명의 눈에는 이내 촉촉한 눈물이 고였다.

"의사, 간호사 선생님께. 더운 여름에 방호복을 입고 환자를 돌본다는 게 정말 힘들 것 같아요. 의사 선생님, 간호사 선생님께 용돈을 모아서 선물을 준비했어요. 무서운 메르스와 싸워주셔서 감사해요."

경기도 이천 증포초등학교 2학년 박서연(8)양이 보낸 편지였다. 편지 뒤엔 동생 박서진(5)양이 그린 그림 편지도 있었다. 자매의 편지를 본 다른 의료진 10여명도 가슴이 뭉클해져 몇 분간 자리를 뜨지 못했다고 한다. 두 자매는 한푼 두푼 모은 용돈 5만1000원으로 건양대 의료진에게 줄 선물을 샀다. 자매의 어머니 윤한미(34)씨는 "건양대병원에서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메르스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한 수간호사 기사를 보며 감동을 받았다"며 "딸들에게 '너희가 모은 용돈으로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께 선물하자'고 하자, 흔쾌히 '좋아요'라고 했다"고 말했다.

건양대병원 관계자는 "어린 자매가 쓴 편지 한 통으로 주변의 차가운 시선 속에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다 지친 병원 의료진 전원이 보약을 먹은 듯 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