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비행 이야기로만 평생을 살 수 없다”며 지난해 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을 퇴사했던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가 최근 미국에서 우주 관련 민간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260억원이 들어간 국내 우주인 배출 사업의 상징이었던 그가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우주인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우주에서의 경험을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국내 과학계는 그의 재능과 경험을 활용할 길을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 6월 13일(현지 시각) 미국 오하이오 대학에서 시작된 국제우주대학(ISU)의 SSP15(Space Studies Program 2015)에 우주인 패널 자격으로 참가했다. ISU는 우주 공학계에서 손꼽히는 민간 네트워크로, SSP는 우주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강좌 등을 개설하고 연구와 훈련 등을 진행하는 ISU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9주 동안 진행된다.
이씨는 6월 17일 진행된 ‘우주인에 물어보세요(ask astronaut)’란 강좌에 연사로 참여했다. 이씨 이외에 아폴로 17호에 탑승했던 미국인 우주인 해리슨 슈미트, 의학박사이자 엔지니어로 1996년 컬럼비아호에 탄 캐나다인 우주인 밥 써스크, 이탈리아 우주인 파올로 네스폴리 등이 4인의 연사로 참여했다. 이씨는 2009년 항우연 소속일 때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우주 훈련 프로그램을 이수했었다.
이씨는 2013년 한국계 미국인과 결혼한 후, 시애틀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매주 한번 시애틀 보잉필드에 있는 비행박물관(Museum of Flight)에서 방문자들을 대상으로 우주에서의 경험을 들려주는 자원봉사 일도 했다.
이씨가 한국을 떠난 것은 2012년 8월이다. 돌연 항우연에 휴직계를 내고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겠다며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당시 마이크로전자기계시스템(MEMS)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바이오 공학 전문가이자 우주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그가 경영학을 배우러 떠난다는 소리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가 한국을 떠나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던 것이다.
이씨는 그로부터 23개월여 후 항우연에 사직서를 이메일로 제출했다. 그는 당시를 전후해 가진 국내·해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주인이 되는 것이 인생 목표(my life time goal)는 아니었다”며 “11일간의 우주비행 얘기로 평생을 살 수는 없지 않느냐”는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 국내 우주인 선발 과정을 두고 “아메리칸 아이돌과 같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아메리칸 아이돌은 매주 탈락자가 발생하는 가수 오디션 TV 프로그램이다.
이씨의 처신을 두고 여론은 극명하게 갈려 왔다. 한쪽에선 이씨가 의무복무기간인 2년을 성실하게 이행했고, 이후 미국에서의 삶은 개인의 선택인 만큼 존중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광래 항우연 원장 역시 언론 인터뷰에서 “이씨는 규정과 절차에 따라 열심히 일했다”며 “미국에 공부하러 갔는데, 거기서 배필을 만난 것이다. 의무조건은 모두 완료했다. 그렇게 그냥 편하게 이해하고 봐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260억원이 들어간 국가적 사업을 개인의 선택 문제로만 바라보는 것은 잘못됐단 의견도 있다. 애초에 선발 때부터 이런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와 항우연의 판단 착오란 것이다. 사립대학의 한 교수는 “항우연이 공군이 아닌 민간인에서 우주인을 배출한 것에 1차적 잘못이 있고, 그 뒤에도 이씨를 활용할 계획을 갖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최초 우주인이 몇 년 만에 국내를 떠나버린 것은 지극히 비정상적인 일”이라고 했다.
본지는 이씨가 향후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묻기 위해 이메일 등을 통해 접촉을 시도 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