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양국이 본격적인 관계 개선 수순을 밟기 시작했지만, 앞날은 그리 평탄치 않다. 과거사·영토 문제 등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쟁점들이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잠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손을 맞잡았던 한·일이 다시 멱살을 잡는 장면이 수도 없이 되풀이되지 않았느냐"며 "한·일 관계 개선만큼 어려운 과제도 없다"고 했다. 일부에선 '반쪽짜리 정상화'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대의 숙제는 일본군위안부 문제다. 한·일은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과 이에 따른 배상'이라는 핵심 쟁점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21일 도쿄에서 열린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양측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일본에서 가장 전향적인 정권도 위안부 문제의 '법적 책임 인정'에는 난색을 표했는데, 가장 우경화된 아베 정권과의 협상에서 우리가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낸다는 것은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일본 정부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현장 외교를 실질적으로 좌우하는 사이키 아키다카(齊木昭隆) 외무성 사무차관이 강경 흐름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도 위안부 문제를 서둘러 마무리 짓기보다는 계속 일본을 압박하면서 다른 이슈들과 분리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 유흥수 주일대사가 언론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가 한·일 정상회담의 전제 조건은 아니다"라고 한 것도 이 같은 기조를 반영한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이 문제를 조급하게 처리하다가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우리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얻기 힘들다"며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불러 전체 한·일 관계를 손상시킬 수 있다"고 했다.
독도 영유권 문제와 일본의 교과서 왜곡 문제도 한·일 관계의 화약고다. 이 같은 이슈들은 특정 시점이 되면 반복적으로 불거진다. 양국이 애써 쌓아놓은 신뢰를 한순간에 허물어뜨리는 경우가 많다.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한·일 간의 모든 갈등을 단시간 내에 해결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양국 모두 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이성적인 타협점을 찾아가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