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未堂) 서정주 전집'(전 20권) 1차분으로 시(詩) 전집 5권이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나왔다.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미당〈사진〉이 68년 동안 시를 쓰면서 시집으로 묶은 시 950편을 한자리에 모았다. 전집 간행위원회(이남호·이경철·윤재웅·전옥란·최현식)가 2013년부터 미당이 낸 시집과 시작(詩作) 노트를 비교하고, 기존 시집의 오자(誤字)를 바로잡으며 아홉 차례 교열을 본 끝에 내놓은 전집이다. 미당이 발표해놓고 시집에 싣지 않은 시 180여편과 미발표 시 120여편은 제외했다. 미발표·미수록 시집은 따로 나올 예정이다.

미당은 이미 발표한 시어(詩語)를 자주 손질하곤 했다. 이번 전집은 시의 여러 판본을 비교해서 토론하고 문단 의견도 반영해 정본(定本)을 만들려고 했다. 미당의 시 '선운사 동구(禪雲寺 洞口)'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미당은 처음에 시의 끝 부분에'아직도'라고 썼지만, 시집을 새로 내면서 '오히려' '시방도' '상기도' 순서로 고쳤다. '시방'은 표준어로 '지금', '상기'는 '아직'의 뜻을 지닌 사투리로 엄연히 다른 말이다. '오히려'는 문맥상 '예상과는 다르게'를 뜻한다. 간행위원회는 고심 끝에 '상기도'를 새 전집에 쓰기로 했다. 선운사에 시비(詩碑)를 세울 때 미당이 넘긴 친필 원고에 '상기도'가 쓰였기 때문이다.

미당의 시 '부활'에 등장하는 여자 이름도 시집에 따라 '유나(臾娜)'와 '순아'로 나뉘었다. 시인이 '순아'로 먼저 썼다가 '수나(�娜)로 바꾼 것이 시집 제작 과정에서 '유나'로 틀린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새 전집은 '수나'로 표기했다. 김동리가 시집 '귀촉도' 발문에서 '수나'로 썼고, 배우 윤정희씨가 '화사집'을 녹음할 때 미당의 증언에 따라 '수나'로 읽었기 때문이다.

새 전집은 과거 전집의 한자(漢字) 오류도 대폭 수정했다. 지금껏 미당의 시집 '팔할이 바람'에서 '행촌동(杏村洞)은 '부(否)촌동'으로, '정월(正月)'은 '오(五)월'로 틀린 상태였다.

윤재웅 동국대 교수는 "일반 독자들이 읽기 쉽도록 수많은 한자를 한글로 바꾸었지만, 꼭 필요한 한자는 병기했고, 띄어쓰기도 통일했다"고 말했다.

미당기념사업회는 29일 오후 7시 동국대학교 본관 중강당에서 시 전집 출판 기념회를 연다. 가수 송창식씨가 출연해 노래 '푸르른 날'을 부르고,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정현종 시인 등 문화인들이 시를 낭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