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2함대 소속 장병들이 22일 경기도 평택 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영화 '연평해전' 시사회에서 눈물을 흘리는 등 무거운 표정으로 영화를 보고 있다.

영화 ‘연평해전’ 시사회가 22일 군과 민간에서 동시에 열렸다. 관람객 수천명이 몰려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이날 오후 경기 평택 해군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시사회에는 현장과 상황실 등에서 작전 중인 필수 인력을 제외한 장병 2000여명이 참석해 영화를 관람했다. 참수리 328정 정장 오현호(30) 대위는 “적의 기습에도 꿋꿋이 함포로 응사하던 조천형 중사가 끝내 숨지고, 아내와 딸의 사진이 불타는 장면을 차마 제대로 볼 수 없었다”며 “아내와 딸을 두고 바다로 나가야만 했던 그에게서 저와 저희 해군 장병들이 보였다”고 했다. 그는 NLL을 지키다 산화한 고 윤영하 소령의 뒤를 이어 참수리 328정의 정장이 됐다. 오 대위는 “참수리정에서 서로를 챙겨주는 장병들의 따뜻함이 영화에 묻어났다”고 했다.

참수리 352정의 정장 김정환(30) 대위는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오늘 밤에라도 내가 마주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전우들의 숭고한 희생 앞에 마음이 무겁고 한없이 고마웠다”고 했다. 참수리 361정의 천지용(25) 중위는 정장인 윤영하 소령이 전사한 뒤, 다리가 절단된 상황에서도 장병들을 지휘했던 이희완 소령(당시 중위)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떨궜다. 천 중위는 이 소령처럼 참수리정에서 정장을 보좌하는 부장을 맡고 있다. 천 중위는 “그들이 지키고 쓰러져 간 서해에 근무하고 있다는 게 슬프면서도 자랑스럽다”고 했다.

2함대 장병들에게 연평해전은 특별한 영화다. 지난 2002년 6월 29일 2함대 소속 참수리 357정이 서해 NLL을 넘어온 적과 교전 중 침몰했고, 인양된 참수리 357정은 사령부에 복원됐다. 적의 총탄 수백발이 알알이 박힌 함정을 보며 해군은 그날의 참상을 기억해 왔다.

영화를 보다 눈시울이 붉어져 시사회장을 나온 ‘조천형함’의 이준태(23) 하사는 “배를 살리기 위해 의식을 잃어가면서도 조타기에 손을 묶은 고 한상국 중사의 모습을 차마 더 볼 수 없어 중간에 나왔다”고 했다. 그는 “당시 나도 월드컵을 보고 있었는데, 월드컵 4강 신화는 기억하지만 제2연평해전은 기억하는 이가 많지 않다”며 “이렇게 처절했던 그분들의 희생을 우리는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몽준(가운데) 2002년 월드컵 조직위원장과 당시 대표팀 태극 전사였던 이운재 코치(왼쪽), 안정환 해설위원이 22일 밤 영화 '연평해전' 시사회에 참석했다.

이날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연평해전’(24일 개봉) VIP 시사회에는 2002년 월드컵 태극 전사였던 안정환 방송 해설위원과 이운재 올림픽 축구대표팀 코치, 정몽준 당시 월드컵 조직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2002년 월드컵 때 일어난 제2연평해전에서 우리 영해를 지키다 전사한 장병에게 늘 마음의 빚이 있었다”고 했다.

영화에는 안정환이 이탈리아전에서 헤딩으로 연장 골든골을 넣는 장면과 이운재가 스페인전 승부차기에서 골문을 지키는 장면 등이 나온다. 두 사람은 대가 없이 초상권 사용에 동의했다. 이운재 코치는 “대구에서 터키와 3~4위전을 치른 그날 경기에 앞서 묵념을 한 기억이 난다. 목숨 걸고 나라를 지킨 분들의 애국심을 이 영화로 되새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정환 해설위원은 “당시 환호하며 하나가 됐던 국민들을 지켜준 건 태극전사가 아니라 그분들”이라며 “내내 마음이 아팠고 영화 보다 울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연평해전’ 제작비로 1억원을 지원한 정몽준 전 위원장은 “평화가 얼마나 깨지기 쉬운 것인지 새삼 깨달았다”며 “여섯 용사의 희생 정신이 영화를 통해 잘 조명된 것 같다”고 했다. 본편 상영이 끝나고 올라오는 엔딩 크레디트에는 ‘도와주신 분들’로 등번호 1번 이운재부터 23번 최은성까지 2002년 태극 전사 23명의 이름이 들어갔다. 이날 시사회에는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배우 박정자·손숙, 김주성 전 대한축구협회 사무총장도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