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이후 우리 국민은 아파도 병원에 덜 가고 자녀를 데리고 놀이공원을 찾는 발길도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SK플래닛과 함께 최근 2개월간 길찾기 서비스인 'T맵'을 사용한 전국 1025만명의 주행 기록 빅데이터 1억141만건을 분석한 결과다. 데이터는 메르스 첫 확진 환자가 나온 5월 20일을 기준으로 전후(前後) 각 4주일치다. T맵을 켠 뒤 목적지를 입력하고 실제 길안내를 사용한 기록을 추출해 정확성을 높였다.

놀이 시설 등 대부분 기피 대상

이 기간 T맵 사용자들이 주행 목적지로 삼은 전국 상위 100개 시설을 분석한 결과, 메르스 사태 이후 한 곳도 빠짐없이 그 전보다 이동이 줄었다. 주요 100개 시설의 교통량은 173만8992건에서 143만9511건으로 17.2% 감소했다.

가장 큰 폭의 감소를 보인 곳은 에버랜드·서울대공원·어린이대공원·롯데월드 등 놀이공원(유원지)이었다. 놀이공원 상위 10곳의 교통량 감소 폭은 30.7%에 달했다. 이 중에서 어린이대공원을 향한 교통량은 1만7185건에서 8550건으로 반 토막이 났다. T맵 이용자의 95% 이상이 자가용 운전자란 점을 고려하면 부모들이 가족 단위로 놀이공원에 놀러가려던 계획을 가장 많이 포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메르스 사태 전후 교통량 빅데이터 분석 그래프

쇼핑 심리 위축도 뚜렷했다. 이케아·아웃렛(현대 등 5곳)·코스트코(3곳) 등 대형 쇼핑센터 10곳의 교통량은 19.7% 줄었다. 외출과 여행을 자제하는 심리는 서울역·광명역·수원역 등 주요 교통 중심지(역) 10곳의 교통량 감소(15.4%)로 확인됐다. 인천공항·김포공항·제주공항 등도 모두 발길이 줄었다.

삼성·아산병원 20~30% 감소

이번 빅데이터 분석에서 대형병원 10곳을 찾은 횟수도 18.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가톨릭대성빈센트병원·한림대동탄성심병원 등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거나 경유한 병원은 모두 20~30%씩 교통량이 급감했다. 예상대로 삼성서울병원(28.7% 감소)이 가장 타격이 컸다. 서울아산병원도 21.7%나 줄었다. 하지만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연세세브란스병원으로의 교통량도 13%가 감소하는 등 병원 자체가 기피 대상이었다.

메르스 확산의 2차 진원지였던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주간 단위 교통량 분석에선 국내 첫 메르스 확진자가 나온 5월 20일이 포함된 셋째주에 6357건으로 최근 두 달 사이에 가장 많았다. 또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수퍼 전파자' 14번 환자가 찾았던 5월 넷째주에도 교통량이 5876건으로 많은 편이었다. 이후 6월 첫째주 4238건, 둘째주 2196건 등으로 크게 감소했다.

메르스 사태 이후 전반적인 교통량 감소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내가 조심해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사회적 단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고려대 사회학과 이명진 교수는 "누가 감염될지 몰라서 서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외부 활동이 줄어들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경제활동 위축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우려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