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처럼 환자가 많고 꽉 막힌 공간에서는 메르스 바이러스가 공기를 매개로도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보건 당국은 그간 메르스는 공기가 아닌 '비말(飛沫·작은 침방울)'을 통해서만 전염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는데, 지금이라도 병원 내에서는 공기를 매개로 한 전파 가능성을 인정하고 '방역 작전'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재욱〈사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18일 본지 인터뷰에서 "보건 당국이 애초에 비말 접촉만 염두에 두고 메르스 환자와 2m 이내를 밀접 접촉으로 구분했는데, 지금이라도 '응급실' '투석실' 등처럼 병원 내 메르스 환자와 막힌 공간에 함께 있었던 사람은 모두 격리하는 식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상황 등을 보면 비말 감염만으로는 메르스 전파 양상이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병원 내 공기를 통해 메르스가 전파된다고 보는 것은 아주 미세한 침방울이 공기 중에 떠다니며 멀리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외국 연구를 보면 비말은 발생 장소로부터 보통 3m 이동하고 가라앉는데, 100㎛의 작은 입자는 4분 20초, 10㎛는 17분, 5㎛는 62분 동안 떠다니고, 3㎛ 미만은 거의 침강하지 않고 부유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병원에서는 환자에게 기관 내 삽관(기도 확보를 위해 기관 내에 관을 삽입하는 것) 시술 등을 하면서 침방울이 더 잘게 쪼개지고, 미세 침방울이 전염병에 대한 감수성이 높은 몸 약한 환자들에게 옮겨져 더 전파가 쉽다고 최 교수는 설명했다.

하지만 최 교수는 일반 지역사회에선 메르스가 공기를 통해 전파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단언했다. 우선 ▲메르스 바이러스 자체가 탄저균처럼 독력(毒力)이 세지 않고 전파력이 상당히 낮은 편인 데다가 ▲환기되는 뚫린 공간이 많아 감염 우려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보건 당국이 '병원 내 공기 매개 감염은 없다'고 주장해 초기 대응이 실패하고 방역망이 뚫리게 된 것"이라며 "혼선을 줄이려면 '병원 안'에선 공기 매개 감염을 인정하고, '병원 밖'에선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의 연구 결과는 대한의사협회지 최근호에 20일 실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