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뒤처리 좀 깔끔하게 하고 다닙시다! 변기 내리고 나면 반드시 확인! 피 묻은 휴지 감싸서 버리기. 당신 머리 위에 CCTV 달려 있습니다.' 앉았을 때의 눈높이에 딱 맞춰 큼지막하게 붙여진 탓일까. 협박조 안내문이 게시된 화장실은 깨끗했다. 휴지는 휴지통에 얌전히 들어가 있고, 바닥도 침은커녕 물 한 방울 없이 깔끔했다.
요즘 젊은 층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한여름에 비라도 오면 오물이 텀벙거리고, 한겨울이면 얼어붙은 오물이 위로 차오르던 옛 푸세식 화장실을. 식구는 여럿인데 변소는 하나뿐이라 급하면 바지춤을 움켜쥐고 공중변소로 뛰어야 했다는 말도 '설마' 싶을지 모른다.
지난 30~40년 새 가장 좋아진 것 중 하나가 화장실이다. 아파트와 현대식 건물이 늘어난 게 주요인이지만 '2002 한·일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펼쳐진 화장실 문화 개선 캠페인 덕이 컸다. 변화는 혁명에 가까웠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물론 공원 화장실에도 좌변기가 설치되고 심지어 비데가 놓인 곳까지 생겼다. 냄새는 사라지고, 보기 민망한 낙서도 없어졌다.
문제는 시설에 못 미치는 운영과 사용 수준이다. 공중 화장실의 경우 근사한 외관과 달리 속은 마구 버린 휴지와 물, 침 등으로 지저분하기 일쑤다. 대학교·공연장·백화점·대형 건물 화장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휴지는 휴지통에 버려주세요''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는 아무 힘도 못 쓴다. 오죽하면 '네 머리 위에 CCTV 있다'가 등장했을까. 내 것이 아니니 양껏 쓰고 마구 버린들 누가 뭐랄 것이냐인지, 치우는 사람이 있지 않느냐인지, 너도 그러니 나도 그런다인지는 알 길 없다. '휴지는 휴지통에'조차 지켜지지 않는 대학 캠퍼스 화장실을 보면 '청소 근로자의 처우를 개선하자'는 플래카드가 무색해 보인다.
사회 변화든 국가 개조든 나 먼저 실천할 때 가능해진다. 잘된 건 내 공, 안 된 건 남의 탓이고, 나는 지적 비판하는 사람이요, 개선하고 바꾸는 건 다른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한 더불어 함께 웃는 세상은 이뤄지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