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명보(明報)는 17일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진행해온 인공섬 공사를 조만간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것은 중국의 양보"라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의 인공섬 조성을 강제로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에 탈출구를 열어줬다"는 주장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난사군도(스프래틀리 제도)에 모래를 퍼부어 인공섬 7개를 건설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베트남·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와 미국은 인공섬 건설 중단을 요구해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중국이 외교 초점을 해상 분쟁에서 경제 문제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관계의 축을 남중국해 패권 다툼에서 경제 영토 확장으로 바꾸려는 것이란 설명이다. 중국은 인공섬 착공으로 이미 영유권 강화라는 소기의 안보 목적을 달성했다. 반면 중국의 신(新)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이제 첫 삽을 떴다. 중국은 인공섬 논란이 '중국위협론'에 기름을 부어 경제 영토를 넓이는 데 장애가 될까 우려한다. 당장 29일 베이징에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주재로 AIIB 협정문 서명식이 개최된다. 오는 23~24일 워싱턴에선 미·중 전략경제 대화가 열린다. 9월에는 시 주석의 방미(訪美)도 예정돼 있다. 이런 일정을 앞두고 중국은 지난달부터 인공섬 출구 전략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문가인 데이비드 샴보 미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SCMP 중문판에 "미·중은 북한·이란·IS(이슬람국가)·기후변화 등 협력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며 "절대 '이혼'할 수 없는 관계"라고 적었다. 이어 "만약 이혼한다면 전쟁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이혼'이 불가능한 중국이 인공섬 양보를 통해 대미 주제를 경제로 바꾸려는 것이란 분석이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미·중이 서로 한 발짝 물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중국의 '인공섬 마무리' 발표에 앞서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베트남을 방문해 "베트남이 먼저 인공섬을 중단하라"고 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인공섬 등은 중국 입장에서 합리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중 및 중국과 주변국 간의 신뢰 부족은 남중국해란 화약고에 언제든 불을 붙일 수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미라 랩 후퍼 남중국해 전문가는 "(인공섬 마무리는) 미·중 전략경제 대화에 앞서 중국이 전술적으로 외교적 긴장의 온도를 낮추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이 기존 전략을 바꿨다고 볼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인공섬) 매립을 완료하는 것으로 매립을 기정사실화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되돌릴 수 없는 변화나 물리적 변화를 수반하는 일방적 행동을 취하지 않도록 중국에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