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하는 치매와 노화 연구 중에 '가톨릭 수녀 연구(the Nun study)'라는 게 있다. 수녀들이 사망하고 나서 뇌를 기증하면 그것으로 수녀의 평소 생활과 인지 기능을 비교하는 신경학적 분석 연구다. 1986년에 시작해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메리 수녀(Sister Mary)도 이 연구에 참여했다. 그녀는 1892년 독일 이민자의 11남매 중 첫째로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났다. 14세에 볼티모어 노트르담 수녀학교에 들어갔고 19세에 수녀가 됐다. 이때부터 메리 수녀는 학교에서 어린 학생들을 가르쳤고 84세에 퇴직했다. 그녀는 신경병리학적 연구를 위해 뇌의 기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녀 연구에 참여했다. 이렇게 75~102세에 이르는 노트르담 수녀학교 출신 678명의 수녀가 연구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유전자 검사와 매년 정기적인 신경 심리 검사, 신체검사, 혈액 검사 등을 해 수녀들의 인지 기능과 신체 기능의 변화를 관찰한다. 사망하고 나서는 기증된 뇌로 수녀들의 인지 기능 변화와 뇌의 직접적인 변화를 연관시켜 관찰한다. 사망 전에 시행한 신경 심리 검사에서는 전체 수녀의 31%가 인지 기능의 장애를 보였다.
알츠하이머병 치매 연구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사람마다 자라온 환경이나 생활 습관이 달라서 무엇이 이 질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하지만 수녀들은 비슷한 환경에서 똑같은 패턴의 생활을 한다.
수녀들은 매우 안정적이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약물을 복용하지 않았고, 술이나 담배를 하지 않았으며, 같은 환경의 장소에서 생활하고, 결혼이나 출산으로 인한 신체의 변화가 없었다. 모두 같은 식사를 했고, 대부분 학생을 가르치는 생활을 했다.
메리 수녀는 마지막 검사 시에 101세였고 그 나이에도 인지 기능은 모두 정상이었다. 그러다 8개월 후에 사망했다. 수녀 중에서도 '성공적 노화'로 꼽히는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었다.
사망 후 그녀 뇌의 병리학적 소견은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그녀의 뇌는 이미 알츠하이머병 병리 소견을 심하게 보이고 있었다. 이후 알츠하이머병 병리 소견과 임상 증상 정도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증상을 느끼지 못했던 작은 뇌졸중도 치매 발병을 앞당긴다는 사실도 이 같은 수녀 연구를 통해 알게 됐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어렸을 때 언어 능력이 알츠하이머병의 발현과 관련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녀원에서는 수녀가 되기 전에 자신의 어린 시절을 정리하는 자서전적 수필을 썼다. 연구진은 이 글들과 치매 발생과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많은 생각이 문장에 들어 있고 좋은 감정 표현이 풍부한 글을 썼던 수녀들이 나중에 알츠하이머병에 훨씬 적게 걸렸다. 이 같은 결과는 어렸을 때에 다양하게 뇌 활동을 하고 젊어서는 정신적·신체적으로 많은 활동을 하는 것이 노인 시기 치매에 덜 걸리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