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메르스 확진 환자가 보건 당국 지시를 어기고 자기 뜻대로 행동하는 바람에 경찰과 보건소 직원들이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
서울 수서경찰서 강력팀 형사들은 14일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8시간 동안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와 대형 병원 CCTV 동영상을 분석하는 데 매달렸다. 141번째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 A(42)씨가 일반 병원에서 진료를 받다가 병원의 격리 지시를 어기고 집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강남의 한 아파트에 사는 A씨는 지난 12일 강남보건소에 전화를 걸어 "지난달 말에 삼성서울병원에 병문안을 다녀왔는데 9일부터 가래가 나오고 고열·기침이 심하다"며 메르스 증상을 호소했다. 하지만 A씨는 보건소 측에서 보내준 구급차는 거부했다. "이웃들에게 메르스에 걸렸다는 걸 알리기 싫다"는 게 이유였다.
A씨는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에 혼자 아파트를 걸어 나와 택시를 타고 강남 세브란스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의료진이 A씨를 의심 환자로 분류하고 격리 진료를 하려 하자 A씨는 "왜 나를 답답하게 가두느냐"며 격리실을 박차고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A씨는 결국 이튿날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서울의료원 격리 병동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강남보건소는 그동안 A씨가 다수의 시민과 접촉했을 것을 우려해 경찰에 A씨의 일주일치 동선을 추적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이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해보니 A씨는 이 기간에 집과 강남 세브란스병원 외에 다른 곳엔 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A씨를 병원까지 태워다준 택시 기사였다. 경찰은 A씨를 태운 택시 기사를 찾기 위해 A씨가 사는 아파트, 주변 상가, 강남 세브란스병원 CCTV 10여개를 분석했다. 경찰은 A씨의 이웃 주민 차량 블랙박스까지 확인했지만 A씨가 탔던 택시의 차량 번호는 확인하지 못했다. A씨는 택시 요금을 현금으로 지급했다고 진술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지난 12일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강남 세브란스병원까지 40대 남성 환자를 태워준 회색 택시 기사는 강남보건소로 꼭 신고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