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가 다녀간 식당과 서울 시내 병원 순례를 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을 제외하고 잠잠히 일상 정치 업무에 열중하고 있는 다른 정치인들과 대비됩니다. 김 대표의 ‘메르스 공포 차단’ 행보에 대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10일 부산 사하구의 돼지국밥집을 장녀인 김현진(33)씨를 비롯해 어린 손자 손녀와 함께 찾았습니다. 김 대표는 이어 자신의 사회관계망(SNS) 계정에 어린 손자를 안고 돼지국밥을 먹는 모습을 사진으로 공개하며 “안전하다. 국민 여러분 안심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이튿날인 11일에는 메르스 경유병원으로 지정되면서 환자 수가 급감한 여의도 성모병원을 방문해 의료진을 격려했습니다. 이 병원에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의료진 및 환자와 대화를 나눠 누리꾼 사이엔 ‘진격의 무대(무성 대장)’란 말이 떴습니다.

김 대표는 금요일인 12일 오후엔 동료 의원들과 함께 강남구 보건소를 찾아 의사와 직원들을 격려했고, 특히 며칠째 퇴근을 하지 못한 직원들을 일일이 껴안으며 “힘내라”고 격려했습니다. 또 이 날 저녁엔 자신의 소셜 계정에 메르스로 격리된 동탄성심병원 간호사의 편지를 소개하며 “당신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김 대표는 일요일인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미즈메디 병원을 찾았습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 병원에 메르스 확진환자가 경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임신부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 불안과 공포가 커진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대표는 한-일 수교 50주년 맞이 ‘한일 국회의원 축구대회’가 있었던 13일 토요일을 제외하곤 연일 ‘메르스 현장’을 직접 뛰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의 메르스 현장 행보의 배경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먼저 차기 대선 주자로서 김무성 대표의 전략입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이번 메르스 사태는 차기 대선 주자들의 위기 관리 능력을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로 떠올랐습니다. 정치권에선 ‘메르스 리더십’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습니다.

예를 들어 박원순 서울시장은 메르스 관련 당국의 정보 공개를 주장한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에선 김무성, 문재인 두 여야 대표를 제치고 차기 지도자 지지율 1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박 시장은 특정 환자의 동선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위반과 함께 ‘메르스 공포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게 됐습니다. 특히 서울시 기자회견으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다녀간 것이 공개된 후 매출이 급감한 가든파이브 상인들은 12일 이 곳을 찾은 박 시장에게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최근 김 대표의 메르스 공포 대응 행보는 박 시장의 메르스 괴담 정치에 대한 비판과 함께 메르스 공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걱정하는 기류가 형성된 것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 시장이 ‘메르스 정보공개’로 호응을 얻었다면, 김 대표는 그의 대척점인 ‘메르스 공포 차단’을 공략한다는 겁니다.

두 번째로는 여당 지도부로서 김 대표의 역할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 초기 대응이 제대로 안 되면서 전면 포화를 맞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사회 불안이 커지는 형국에서 정부와 똑같이 대응하는 것보다 공포를 차단하고 안심하는 부분에서 포커스를 맞추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김 대표가 현장을 발로 뛴다는 인상도 주고, 민심의 동요도 진정시키려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면서 “정부가 이번 사태로 호된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 지도부로서 당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했습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을 김 대표가 대신해서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새줌마 프로젝트를 비롯해 현장을 직접 찾아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당 내에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