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을지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가 사망한 62세 메르스 환자는, 확진 결과를 얻기 위해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3시간 가까이 허비해야 했다.

이 환자의 주소지는 충북도, 입원한 병원은 대전시라 "충북도는 대전시 보건소 관할, 대전시는 충북도 보건소 관할이라고 주장해 검체(檢體)를 맡기는 데만 2~3시간이 흘렀다"(을지대병원 측)는 것이다. 보건소는 병원 측에서 의심 환자의 객담(喀痰·가래)을 채취해 놓으면, 이를 확진 판정을 내릴 수 있는 기관까지 안전하게 이송해 맡기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데 환자의 주소지 기준 보건소가 출동할지 아니면 환자가 입원한 병원 근처 보건소가 출동할지를 두고 서로 책임을 떠넘겨 혼선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중요한 '빠른 확진 결과'가, 어설픈 행정 기준·절차로 '느림보 확진'이 된다"는 지적이다.

◇'관할 싸움'에 늦어지는 확진

'빠른 확진 결과'는 의심 환자에게 노출될 수 있는 환자의 수를 줄이고, 환자 자신에게도 빠르고 적절한 처방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키포인트다. "확산을 막는 근본 대책 중 하나는 빠른 확진 결과에 달렸다"(이재갑 한림대 의대 교수)는 것이다. 을지대병원에서도 병원 측이 이 환자를 중환자실 음압실에 별도 격리하지 않았더라면, 다른 환자들이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시간이 2~3시간 더 길어지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질 뻔했다. 이 병원에 6일 들어온 62세 메르스 의심 환자는 8일 오후 2시 10분쯤부터 병원 중환자실 내 음압실에 별도 격리됐고, 이 상황에서 대전시 측 보건소가 8일 오후 5시쯤 검체를 가져갔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앞으로도 또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감염병예방관리법에 따르면, 감염병이 발생하면 관할 보건소에 보고하고, 관할 보건소가 검체 등 실태 조사를 해야 한다. 그런데 메르스 사태에 중증 환자들이 지방에서 서울로, 큰 병원이 있는 시·군·구로 몰리며 문제가 불거졌다. 환자들은 서울이나 대도시 병원에 있는데, 주소지는 지방인 경우가 허다하다. 법적으로는 지방 보건소가 서울까지 올라와 검체를 가져가야 하지만 이동 시간이 너무 길고, 서울이나 대도시에서 모두 처리하자니 격리 환자 감시까지 일손이 모자라 허덕이는 형편이다. 이에 서로 "그쪽에서 하라"고 떠넘기는 것이다.

◇오락가락 확진 결과도 불안

메르스 확진 결과도 '음성→양성' '양성→음성' 등 바뀌는 경우가 많아 시민들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임신부(40) 메르스 환자는 삼성서울병원에선 양성, 보건환경연구원 2차 검사에선 모호한 음성, 10일 국립보건연구원에선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다. 경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사우디에서 입국한 지인을 만난 뒤 증세를 보인 경찰(35세 경사) 역시 양성→음성 판정을 잇따라 받아 병원에서 퇴원했다가, 상태가 악화돼 재입원한 뒤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다.

다만 확진 판정에는 어려움이 크다는 게 진단 기관들 설명이다. △바이러스 검체를 채취할 당시보다 병세가 급속히 악화·호전되기도 하고 △폐 하부 가래가 검체에 충분히 포함되지 못한 경우도 있어 결과가 불확실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7일부터 메르스 확진 과정이 기존 2단계에서 '원샷' 1단계로 줄어 전체 확진 검사 시간은 줄었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에서 확진할 수 있게 하고, 검사 단계를 줄이면서 확진까지 걸리는 시간은 기존보다 6~8시간 줄어 10시간 내외(검체 이동 시간 포함)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