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7·9급 공무원 채용 필기시험을 이틀 앞둔 11일 서울시가 메르스 감염 우려에 따라 격리된 응시생의 재택 시험을 허용하기로 하면서 응시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가 이날 "메르스 확산을 막고자, 자가 격리자나 능동 감시자는 자택에서 시험을 볼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하자 상당수 응시자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시 인재개발원 홈페이지 게시판엔 응시생들의 항의 글이 1000여 건 올라왔다.
서울시는 이날 메르스 환자와 접촉해 보건 당국에서 격리 대상자로 지정된 응시자나 하루 두 번 전화로 증상을 점검받는 능동 감시자 응시생이 12일 오후 8시까지 자가 격리 응시를 신청하면 시험일인 13일 감독관 2명과 간호사 1명, 경찰 1명이 4인 1조로 격리자 자택으로 시험지를 들고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방호복과 장갑 등을 착용한 채 응시생과 한 방에 있게 된다. 만약 자가 격리자가 사전 신청을 하지 않고 시험장으로 가면 응시 자격이 박탈된다.
서울시는 "보건 당국의 자가 격리자 명단과 수험생 13만33명의 명단을 대조 중인데 방문 시험 대상자는 한 자릿수로 예상하고 있다"며 "12일 저녁까지 신청서를 내지 않은 자가 격리 응시생에게는 시에서 따로 연락할 것"이라 했다. 서울시는 메르스 사태로 시험 감독관 등 시험 관리 인원을 예년보다 1000명 정도 늘렸다고 했다.
공무원 시험 역사상 보기 드문 서울시의 이번 방침에 대해 응시생들 사이에선 형평성 시비가 일고 있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 인터넷 커뮤니티는 "수험생 가족이 감독관을 매수할 가능성이 있다" "일반 시험장에서는 감독관이 다른 응시생들 눈치를 보기 때문에 시험 시간을 철저히 준수하지만, 응시생이 1명일 경우 시험 시간을 초과해도 눈감아 줄 수 있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응시생은 시험 전날 이동해야 하는데 감독관이 시험지 들고 집으로 와주면 그만큼 공부할 시간이 확보되는 것 아니냐" 등 글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감독관 등이 메르스 감염 위험에 맞닥뜨리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 응시생은 "감독관들이 방호복을 입어도 자가 격리자 집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하면 감염 위험이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들을 위한 화장실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서울시는 감독관들에게 화장실 이용을 되도록 자제하라고 권고할 예정이다.
일부에서는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자"는 의견도 나왔다. 7급 시험을 치를 예정인 이모(여·25)씨는 "1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될 수도 있기에 응시생들 반발이 심한 것은 이해하지만, '자가 격리자는 아예 시험을 못 치르게 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이기주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좁은 원룸에서 시험을 치르는 응시생은 오히려 심리적으로 불리할 수도 있다"고 했다.
안준호 서울시 인재개발원장은 "메르스 자가 격리자가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시험에 응시하지 못하게 하면 헌법상 공무 담임권 침해 소지가 있어 대책을 마련한 것"이라며 "일반 시험장엔 30명당 감독관 2명이 배치되는데, 자가 격리자에겐 감독관 2명에 간호사와 경찰까지 입회하는 만큼 부정행위는 원천 차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