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을 끝내려면 신속한 환자 진단과 격리가 최우선이죠. 그러려면 이제부터는 정부 지침을 믿고 따라줘야 합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국내 1호 환자를 치료 중인 국립중앙의료원 신형식〈사진〉 감염병센터장은 9일 저녁 본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에볼라 대응 의료진 제1진 팀장으로 서아프리카에도 다녀온 감염병 베테랑이다.
신 센터장은 "메르스에 대한 경험이 없다 보니 처음엔 보건 당국이나 전문가들도 이 병의 성격이나 역학을 제대로 알지 못했고, 그래서 신속한 대응이 이뤄지지 못한 면이 있다"며 "의료 수준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사우디처럼 병원 내 감염이 많으리라곤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메르스에 대한 이해도 생겼고, 진료 경험도 쌓였기 때문에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차분히 대응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국민 불안을 줄이고 효과적인 환자 격리와 치료를 위해 확진된 환자를 국립중앙의료원에 모아서 치료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했다. "아무래도 경험 있고 훈련된 의료진이 환자를 돌보면 환자 진료도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의료진의 감염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전국에서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환자를 각 지역 병원에서 신속하게 스크린하고 진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국내 최초로 68세 남성 환자가 메르스 확진을 받은 후 곧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됐고, 신 센터장이 치료를 맡았다. "환자는 가래는 별로 없었지만 고열이 나고 기침이 심했으며, 곧이어 호흡곤란이 왔다"면서 "지난달 25~26일이 큰 고비였다"고 말했다. 당시 환자는 호흡이 가빠 산소 공급이 제대로 안 되면서 의식이 희미해졌다고 했다. 결국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했다. 합병증으로 다른 세균성 폐렴까지 겹치는 듯하자 항바이러스제 치료에 항생제 치료까지 추가됐다. 신 센터장은 "다행히 약이 듣기 시작해 지금은 조금씩 호흡이 돌아오고 있다"면서 "스스로 호흡하는 훈련을 통해 조만간 인공호흡기를 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자 본인은 몰랐지만 이번 치료 과정에서 당뇨와 고혈압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다행히 콩팥 등 다른 장기가 모두 정상이고, 연세에 비해 건강한 편이기 때문에 회복하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 팀은 같은 날 확진받은 1호 환자의 부인(63세)도 치료해 퇴원시켰고, 다른 메르스 환자 8명도 돌봐왔다. 그는 "사스는 국내 환자가 없었기 때문에 진료한 적이 없지만 신종 플루 환자는 많이 봤다"면서 "신종 플루와 비교하면 메르스 환자 상태가 더 심각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신종 플루는 건강한 사람이 걸려도 심하게 앓았으며, 만 2세 소아 환자에서도 사망 사례가 있었던 반면 메르스의 경우 만 50세 이하 건강한 성인에서는 거의 감기 정도로 그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소아에서는 거의 발병하지 않고 혹시 메르스에 걸리더라도 비교적 경미한 증상에 그친다는 점도 메르스의 특징이라고 했다.
그는 "감염학회에서 이미 메르스 진료 프로토콜을 만들었고, 의료진의 경험도 축적되고 있기 때문에 너무 불안해하실 필요는 없다"면서 "침착하게 이겨나가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