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군인들이 사용하는 장비 가운데 온전한 것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11월 21일 구성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8일로 출범 200일을 맞으며 방위사업의 총체적 비리가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200일 동안 합수단 수사로 방위사업비리는 육·해·공군과 방위사업청 등에서 전방위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10~2012년 세 차례에 걸쳐 특전사에 납품된 방탄복은 북한의 AK-74 소총에 관통되는 것으로 드러났고, 우리 군의 최신 구조함인 통영함에 납품된 음파 탐지기는 1970년대 모델인 것으로 밝혀졌다. 군이 '명품 무기'라고 자랑했던 K-11 복합형 소총의 경우 핵심 부품이 격발 시 균열이 일어나는 등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기존 링스(Lynx)헬기가 체공 시간이 짧고 북한의 잠수함 등 수중 전력을 상대하는 작전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도입이 결정된 해상 작전 헬기 '와일드캣'도 말뿐이었다. 와일드캣의 체공 시간은 링스헬기(90분)보다 적은 79분에 불과했다. 이처럼 합수단이 수사를 벌였거나 진행하고 있는 사건은 10여개에 달한다.
합수단은 방위사업비리를 '구조적 비리'로 보고 있다. 합수단에 적발된 비리 사건 대부분이 군 출신 인사가 방위사업체에 재취업한 뒤 군 정보를 빼내고, 무기 도입 사업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어김없이 '뒷돈'도 오갔다. 방산업계의 '큰손'으로 불리는 이규태(64·구속 기소) 일광공영 회장의 경우도 전역 후 재취업한 공군 준장 출신과 공모해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의 납품 대금을 부풀려 1100억원의 사업비를 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합수단은 그동안 51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 중에는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 등 42명의 전·현직 장성과 영관급 장교가 포함돼 있다. 합수단은 지난 5일 해상 작전 헬기 '와일드캣'의 시험 평가 결과서 허위 작성에 관여한 혐의로 현역 해군 소장 박모(57)씨를 구속하고 보강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합수단 관계자는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수사 성과를 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수단에는 현재 검찰 이외에도 국방부, 경찰청,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등에서 파견된 110명의 인원이 수사에 참여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합수단 수사 진행에 대해 적극 협조하고 방위사업 비리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하지만 군의 사기 저하나 방위산업 전반 위축으로 연결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