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공무원 연금개혁안 처리 문제로 책임을 지고 사퇴한 조윤선 전(前) 청와대 정무수석(사진)은 국회의원과 여성가족부 장관을 거치고, 작년에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정무수석 자리까지 올랐다. 그녀는 탁월한 친화력과 섬세한 감성 리더십의 소유자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사퇴가 그녀의 이미지 실추 분위기로 흐르는 것 같지 않다. 이유를 패션 방정식으로 풀어보자.
그녀는 예쁜 여성 정치인으로도 손꼽히지만 특히 인상이 좋다는 평가를 많이 받아왔다. 그녀는 가을사람의 유형으로 자연스럽고 포근한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눈매와 곡선형의 얼굴생김새는 최지우, 고두심처럼 첫인상에서부터 편안하고 친근함을 풍긴다.
가을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컬러는 가을에 볼 수 있는 자연의 컬러들이다. 낙엽색. 은행잎색, 단풍색, 밤색, 올리브색, 카키색 등이다. 이러한 흐릿하고 옅은 가을색(Natural Color)은 머리가 검은 한국인에겐 잘 어울리지 않는다. 다만 가을 컬러들 중에서 깊고 짙은 색(Classic Color) 계열의 컬러 코디네이션은 가을사람 모두에게 잘 어울린다. 예를 들면 원두커피색 재킷과 베이지색 바지의 조합, 버건디색 재킷과 아이보리색 이너웨어(탑, 셔츠, 폴라)의 조합은 부드러운 이미지를 가진 가을사람을 지적이고 세련되게 연출해준다.
가을사람인 조 전 수석은 언젠가 국회의원 보좌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함께 일하고 싶은 국회의원으로 2년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매사에 튀지 않게 조용히 상대를 배려하는 그녀의 따뜻한 인성과 친화력이 좋은 평판을 불렀으리라.
지난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펑리위안 여사가 한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그녀는 정무수석으로서 펑리위안 여사의 의전을 맡았다. 그녀는 펑리위안 여사를 돋보이게 하는 반면에 자신의 존재감은 최소화하려는 ‘배려의 패션’으로 외교를 잘 펼쳤다는 평을 받았다.
당시 그녀는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창덕궁을 찾았다. 펑리위안 여사는 치파오(중국 전통 의상)를 연상케 하는 흰색 롱 재킷에 흰색 치마와 진녹색 구두 차림이었다. 그녀는 회색 정장을 입음으로서 여사의 흰색 의상을 돋보이게 했다. 그녀의 회색 정장에서는 펑리위안 여사가 어떤 컬러의 의상을 입을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상대의 의상을 돋보이게 하는 최상의 컬러가 무엇인지 고민한 흔적이 읽혀진다.
주변의 색을 돋보이게 하는 색상은 회색 외에도 흰색과 검정색이 있다. 그런데 흰색과 검정색은 가변성이 있어 주변 색상에 의해 가장 초라하게, 그리고 가장 화려하게도 변환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색이다. 반면에 부드러운 회색은 상대를 의전 해야 하는 그녀에게 가장 안전한 색이었다.
그녀의 세심한 배려는 회색이라는 컬러 이미지뿐만 아니라 재킷의 스타일에도 고스란히 배어났다. 회색의 ‘더블 브레스티드(단추가 두 줄로 된)’ 재킷에는 브로치나 어떤 액세서리도 없었고 단추까지 달려있지 않아 밋밋한 느낌이 났다. 자칫 더블 재킷 단추가 갖는 특유의 화려함을 우려하여 ‘히든 버튼(Hidden Button·옷의 안쪽에 달려 있는 단추)’ 재킷을 입었다. 재킷의 단추마저 상대의 패션을 부각시키는데 방해물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의 회색 정장은 핏(Fit·옷의 품과 길이가 몸에 잘 맞는)이 좋아서 결코 초라해 보이지 않았다. 그날 그녀가 입었던 회색 정장은 배려의 패션이라는 대명사가 되었다. 그녀야말로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면 자신도 돋보인다는 황금률 공식을 잘 보여주었다.